"너 일베지?" 리센느·박태준도 노렸다…K컬처 발목 잡는 'K검열'

"너 일베지?" 리센느·박태준도 노렸다…K컬처 발목 잡는 'K검열'

오진영 기자
2026.07.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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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그룹 리센느. / 사진 = 뉴스1
그룹 리센느. / 사진 = 뉴스1

"사투리나 정치적 표현은 물론 조금만 거친 대사가 나와도 '혐오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5-6번 이상 검수하는데도 불안해요."(웹소설 작가 A씨)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혐오 표현' 규제 주장이 잇따르자 창작자들의 우려가 커진다. 혐오 표현을 막는다는 명목 하에 창작을 막는 '사전 검열'이 자행될 수 있다는 이유다. K컬처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인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꺾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주요 문화예술단체들은 정치권에서 발의한 '혐오 규제법'에 대해 집단 반대행동에 나섰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음원 유통사가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사전 검사하도록 한 법 개정안이 도화선이 됐다.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 '블랙리스트 이후' 등 문화예술단체 7곳은 '사실상 사전 검열의 제도화' 라며 반대 성명을 냈고, 다른 단체들도 논평이나 반대 집회 등을 계획중이다.

아티스트나 창작자들을 겨눈 '혐오 공격'은 끊임없이 나온다.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가 '일베 논란'이 불거진 리센느나 선관위를 저격했다는 래퍼 비와이의 가사, 웹툰 작가 박태준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논란 등 사례도 다양하다. 일부 소비자들이 'A 창작자는 혐오자다'고 주장하면 SNS(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알려진 뒤, 정치권에서 이를 소재로 화제몰이를 하는 식의 절차까지 구축됐다.

문화예술계는 이같은 '혐오 낙인'이 창작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현상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사회 갈등이나 분열을 막는다기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창작물이나 아티스트를 쳐내려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예술대학 교수는 "좋은 의도를 빌미로 불필요한 트집을 거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일부분으로 작품 전체를 재단하는 경향은 오히려 진짜 혐오를 가려내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창작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작이 늦었던 K컬처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발상과 제한 없는 문화 덕분인데, 안방에서 되레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응답자 2만 7400여명 중 55%가 우리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로 '독창적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만과 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 웹소설 작가는 "K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성역 없이 무슨 소재든 다룰 수 있다는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이런 국가가 드물다"며 "혐오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래퍼 이센스도 지난 11일 자신의 SNS 계정에 "검열은 '사람을 쏠 수 있으니 총기 게임을 규제하자'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주요국에서는 문화예술을 향한 검열 시도 자체가 드물다. 미국은 미국도서관협회, 팬 아메리카 등 단체가 수시로 검열 현황을 확인한다. 프랑스에서는 2020년 발의된 인터넷 혐오 금지법이 여론의 비난 폭탄을 받은 끝에 위헌 판정을 받았다. 히틀러의 영향으로 검열에 특히 민감한 독일에서는 사전 검열이나 부당한 문화예술 탄압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범죄다.

검열 비판 성명에 동참한 한 문화평론가는 "설령 진짜 일베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판단으로 자연스럽게 도태시켜야 하지 아예 입을 틀어막는 것은 독재 정권의 검열과 같다"며 "30년 전 사라졌던 검열을 부활시키는 것은 K콘텐츠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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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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