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책의 탈정치화 下] 3대 메가프로젝트 정책폐기청구서 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서남권(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필수 성공 요건은 이른바 '인·수·전(인력·용수·전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은) 전기와 용수, 인재와 땅 등 조건을 갖춘 곳이 있다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투자를 유인하는 정부의 '인수전' 인프라 지원 정책이 상호 정합성을 유지해야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과거 진보 정권이 고수한 에너지·수자원 정책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탈원전'과 함께 '4대강 보' 해체 논란이 충분한 전력 및 용수 공급을 사실상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가적 어젠다인 에너지와 국가 수자원 관리 정책이 국익과 미래가 아닌 이념과 정치 논리에 휘둘린 탓이다. 진보 진영의 신성 불가침 의제였던 환경과 생태 중심의 정책 의제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를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선 탈원전과 4대강 자연화라는 정치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정책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친환경 생태주의 등 이념에 집착할 경우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대도약의 국가 성장 전략인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실용의 요체는 정책의 순긍정 효과가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탈원전'과 '감원전' 기조에서 전환해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 활용과 댐 건설 등 수자원 정책의 전면 재검토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유 전 부총리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처럼 정부가 이념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국익 우선'의 원칙을 천명하고, 긍정 효과가 부정 효과보다 가장 큰 정책 어젠다와 수단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