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조광성 알에프디바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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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누전차단기는 위험을 감지하면 전기를 끕니다. 우리는 전기를 계속 공급하면서 위험한 누설 전류만 안전한 수준으로 제어합니다."
조광성 알에프디바이스 대표는 자체 개발한 '능동형 누설전류 제어 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누전 사고가 발생하면 전원부터 차단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필요한 전류는 유지하면서 감전과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고장 전류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누설 전류는 전선이나 전기·전자기기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외부로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피복 손상이나 절연 열화, 침수 등이 발생하면 전류가 접지나 사람의 몸을 통해 흐르면서 감전 또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인 누전차단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누설 전류를 감지하면 전원을 끊어 사고를 막는다. 하지만 병원과 통신시설, 반도체 공장,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양식장처럼 짧은 정전도 큰 피해로 이어지는 시설에는 전원 차단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다.
알에프디바이스의 기술은 이처럼 한순간의 정전도 허용되지 않는 시설에 유용하다. 이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도가 도서 지역 주민의 진료를 위해 건조한 친환경 병원선 '전남 512호'다.
조광성 대표는 "바다 위에서 운항하는 병원선은 진료 중 전력이 끊기면 의료 서비스 전체가 중단될 수 있어 안전성과 전력 연속성이 동시에 요구된다"며 "감전 위험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장비에 전기 공급을 유지하면서 누설 전류를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원 차단 없이 누설전류 5mA 이하로 제어

알에프디바이스는 절연 변압기 구조와 코일 설계, 센서·제어 기술을 활용해 정상적인 전력 공급은 유지하면서 위험 전류를 낮추는 방식으로 누설 전류 문제를 제어한다.
핵심 원리는 옴의 법칙(V=IR)이다. 누설전류는 접지를 통해 땅으로 빠져나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저항이 가장 작은 경로를 타고 다시 건물로 들어와 열을 내고 화재와 감전을 일으킨다.
알에프디바이스는 이 전류가 되돌아오는 길목에 저항을 둬 누설 전류를 인체에 무해한 5mA 이하로 줄였고 정상 전류는 그대로 흐르도록 했다. 한국방재시험연구원이 AC 220V 조건에서 지락과 누전, 인체 접촉 상황을 가정해 시험한 결과 누설 전류는 최대 2.42mA로 측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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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연결된 멀티탭을 물속에 넣어도 누전차단기가 내려가지 않았고 스파크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전기설비라면 감전이나 합선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만, 알에프디바이스의 누설전류 제어 시스템을 거치면 전원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누설 전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위험 변수로 보고 안전한 범위에서 통제하는 게 핵심"이라며 "사고 이후 전원을 끊는 사후 대응에서 사고 원인을 상시 관리하는 사전 예방으로 전기안전의 관점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능은 여러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전남도의 병원선 외에 한국농어촌공사와의 사례도 대표적이다. 저수지와 댐에 설치된 지진계는 낙뢰에 취약해 대당 1억원 안팎인 장비가 손상되는 일이 잦았으나 이 기술을 도입한 이후에는 차단기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에서도 먼저 연락이 왔다. 알에프디바이스는 낙뢰로 장비 피해를 겪는 군 부대들과 시험 설치를 협의 중이며, 국방과학연구소(ADD)와는 군함과 잠수함에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통신 필터 기술, 전기안전으로 옮겨 심다

조 대표는 1997년부터 이동통신용 고주파 필터를 개발해 온 부품 전문가다. 정해진 주파수만 통과시키고 불필요한 대역은 걸러내는 부품으로, 세라믹 원료를 배합·성형해 고온에서 구운 뒤 은을 입히고 회로 특성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고난도 작업이 요구된다.
사업의 전환점은 5G 이후 찾아왔다. 그는 "이동통신 인프라 투자가 줄면서 기존 부품만으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며 "전기산업을 생산, 절감, 안전으로 나눠 살펴본 끝에 대규모 인프라 없이 기존 코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전기안전을 새 먹거리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알에프디바이스가 겨냥하는 시장은 병원과 선박을 넘어 전력 중단 비용이 큰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 반도체·배터리 공장, 통신시설을 비롯해 물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양식장·캠핑장·목욕탕·수영장 등 다양하다.
이정윤 알에프디바이스 부사장은 "시설마다 위험 요인은 다르지만 결국 누설 전류가 감전이나 화재, 정전으로 번지기 전에 제어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며 "현장 용량과 사고 유형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해 전 산업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 시장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안전설비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비용으로 여겨지기 쉽고, 특히 누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예방 투자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홍일 대표는 "기술이 좋다는 설명만으로는 시장을 만들 수 없다"며 "설치 전후 누설전류 변화와 정전 방지 효과, 사고가 났을 때 줄일 수 있는 손실을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보험료 절감 효과까지 제시하면 고객이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IoT 기반 전기안전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

알에프디바이스는 한국화재보험협회, DB손해보험(178,400원 ▼1,300 -0.72%)과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을 설치한 건물의 화재보험료를 20% 낮추는 것을 목표로 관련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LH와는 신도시 가로등에 대한 시범 사업을, 여주시·이천시와는 설치 지원 조례 제정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판매 중심의 제조기업을 넘어 '전기안전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목표다. 제품에 IoT(사물인터넷) 기능을 더해 건물별 누설 전류와 이상 신호를 실시간 수집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확인·관리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어느 지역에서 언제 누전이 발생했고 시스템이 위험 전류를 얼마나 줄였는지 데이터로 보여줄 것"이라며 "장비를 한 번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설비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이 컸지만 병원선과 공공기관, 산업현장에서 하나씩 레퍼런스가 쌓이고 있다"며 "국내에서 기술과 사업모델을 검증한 뒤 미국과 중동 등 전기안전 수요가 큰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기가 끊기면 산업과 일상이 모두 멈추지만, 안전을 위해 무조건 전기를 끄는 것도 답은 아니다"며 "전기는 계속 흐르게 하면서 위험만 막는 기술로 세계 전기안전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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