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정책 성적표, '지원 건수' 아닌 '스케일업 전환율'로 평가해야"

"창업정책 성적표, '지원 건수' 아닌 '스케일업 전환율'로 평가해야"

류준영 기자
2026.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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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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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사진=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사진=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정책의 성과는 몇 개 기업을 지원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을 다음 성장 단계로 올려놨느냐로 측정해야 합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위해 조 원장은 "스케일업 전환율과 같은 정책 성과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연은 해당 지표 개발을 내년 연구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도 투자자처럼…지원금 정산에서 성장 관리로

조 원장은 창업 초기 지원과 스케일업 지원이 분절된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정부 사업은 한 단계 지원이 끝나면 이전 이력을 잊고, 새로운 사업에서 기업을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기 쉽다"며 "기업이 지원의 연속성을 체감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만큼, 정부도 딥테크(첨단기술) 창업기업을 선발하는 단계부터 이후 성장 경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정부도 벤처투자자처럼 기업의 성장 단계를 점검하며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는 10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한 번에 집행하지 않는다. 30억원씩 단계적으로 나눠 투자하면서 약속한 마일스톤을 달성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며 "기업의 성장을 목표로 지원을 시작했다면 정부도 일종의 투자자라는 관점에서 기업이 성장 경로를 제대로 밟아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금 관리는 예산을 당초 목적에 맞게 집행했는지 확인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조 원장은 "기업이 다음 단계 지원사업에 참여할 때 '지난번에 하겠다고 약속한 일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됐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목표를 달성한 기업만 다음 단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 원장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라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도 그 원인과 교훈을 돌아보고, 다음 전략을 어떻게 세웠는지 살펴야 한다"며 "이런 과정 역시 기업 성장의 일부인 만큼 정책 성과지표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딥테크, 첫 매출과 레퍼런스부터 설계해야

조 원장은 딥테크 스타트업일수록 지원 초기부터 첫 매출을 확보할 경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분야는 기술 실증부터 초도 양산, 첫 고객 확보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첫 레퍼런스 매출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기업을 선발하는 단계부터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첫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경우라면 공동 연구개발(R&D)이나 구매조건부 사업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에 구체적인 전략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딥테크 분야는 초기 시장 진입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것과 방위산업에 납품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항공우주·안보·바이오·AI 데이터센터 등 딥테크 분야는 초기부터 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첫 매출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계획이 없다면 투자를 유치하고도 다음 성장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 사업 활용한 기업의 성장 효과 더 컸다

조 원장은 창업정책의 성과를 측정할 지표로 '스케일업 전환율'을 제안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존율과 고용, 수출, 후속 투자유치 등을 통해 살펴보자는 취지다. 그는 "어떤 기업이 성장하고 실패했는지, 그 원인이 정책에 있는지 기업 자체에 있는지를 분석해야 정책을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있고 연구원이 함께한다면 충분히 지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연은 올해 관련 지표를 시범적으로 검토했다. 처음에는 매출과 고용 증가에 초점을 맞췄지만, 매출이나 고용이 늘지 않더라도 투자유치나 해외진출처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평가 항목을 확대했다. 조 원장은 "이 지표는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자 정부가 개별 지원사업에서 유망 기업을 선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지표 검토 과정에서 지원사업을 여러 개 활용한 기업의 성장 효과가 하나의 사업만 이용한 기업보다 크게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성장한 기업들의 지원 이력을 살펴보니 여러 사업을 활용한 기업의 성장 효과가 훨씬 컸다"며 "기업이 스스로 성장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정책을 찾아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사업의 성과만 따로 평가하기보다 창업 지원사업 전체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처럼 특정 사업 하나만 평가해서는 사업 간 연계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창업 지원사업 전체를 함께 분석하면 각 사업의 특성과 서로 보완할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표를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지표가 나빠졌다고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며 "매출과 고용은 늘었지만 수출이 늘지 않았다면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식으로, 지표를 통해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개선 방향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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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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