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빚투 규제](종합)
빚투 막아도 위험은 그대로?…급락장에 숨은 '반대매매' 공포

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억제에 나선 가운데 최근 증시 급락 등 변동성 확대로 기존 신용융자의 반대매매 위험이 새로운 시장 불안 요인으로 부각됐다. 오는 19일부터 특정 종목에 신용융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는 조치가 시행되지만 이미 쌓인 빚투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기존 대출에서 반대매매가 발생해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새로 늘어나는 빚을 억제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 신용융자의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새 빚투는 막지만 기존 위험은 그대로…규제의 딜레마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증시 급락에 대응해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무분별한 신용공여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부채와 신용에 의존한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고객 보호와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주문은 오는 19일 시행되는 신용융자 집중관리 조치와 맞물린다. 금융투자협회와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지난달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가 해당 종투사 전체 신용융자의 15%를 넘으면 그 종목의 신규 신용융자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종투사는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자별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주식을 살 때 투자자가 자기 돈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율인 보증금률을 높이는 방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관리 방식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주목할 부분은 새 조치가 기존 신용융자가 아닌 신규 투자분부터 적용된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가 새 기준 시행만을 이유로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대출은 약정에 따른 만기와 담보유지비율 등 종전의 관리체계에 따라 관리된다.
신용융자 규제에는 시장 안정과 관련한 딜레마도 있다. 빚투가 위험하다고 해서 기존 대출까지 한꺼번에 줄이도록 압박하면 투자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 증시가 안정적인 시기라면 이러한 매도 물량을 시장이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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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빚투엔 반대매매 위험 여전…연쇄 매도 우려
기존 대출에 새 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반대매매 위험은 남는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매수한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거래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부족한 담보를 채우도록 요구한다. 투자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현금이나 추가 담보를 넣지 못하면 증권사는 담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특히 급락장에서는 여러 투자자의 담보가치가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 추가 담보를 마련하지 못한 투자자가 늘어나면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커진다. 강제 매도가 주가를 더 떨어뜨리고 다른 투자자의 담보 부족과 추가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증시 급락기에도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급증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동발 충격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린 지난 3월 주요 10개 증권사 신용융자 반대매매 체결금액은 약 1800억원으로 전월(612억원)의 3배 가까이 늘었다. 6월에도 반대매매 금액이 3935억원으로 전월(1368억원)보다 188% 증가했다.
과거 폭락장에서도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대규모로 발생한 사례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주요 10개 증권사 신용융자 반대매매 금액은 2602억원으로 그해 월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당시 8월 5일 코스피는 8.8%, 코스닥은 11.3% 폭락했다.
이처럼 급락장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반대매매 위험은 오는 19일 시행되는 종목별 신용융자 쏠림 관리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특정 종목에 새로 공급되는 신용융자를 제한해 위험이 더 집중되는 것을 막는 조치인 만큼 기존에 누적된 신용융자의 담보 부족이나 반대매매 위험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반대매매 자체를 억제하기도 어렵다. 담보가치가 떨어졌는데도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러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특정 종목이나 시점에 집중되면 시장의 하락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신규 신용융자 증가세뿐 아니라 기존 대출의 담보 부족 위험과 반대매매 가능성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락으로 추가 담보 요구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 반대매매가 특정 시점이나 종목에 몰릴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투자자 역시 새 규제가 기존 대출을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담보유지비율과 추가 담보 납입기한, 반대매매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인 투매 받던 방패 '셋' 사라졌다…5400까지 밀린 코스피, 반등하려면

국내 증시가 수급 불균형에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내는데 이를 받아낼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냈던 개인 투자자는 신용거래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매수 여력이 약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방파제'도 사라졌다. 코스피는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5400선까지 밀려났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15일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공포 구간인 50선을 넘어섰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투자자예탁금은 96조9121억원이었다. 예탁금은 지난 14일 97조4280억원으로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으로, 주식 투자를 위한 '실탄'으로 여겨진다.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74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4일 27조원대까지 줄었다가 이달 13일 34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다. 증시 대기자금은 줄고 레버리지 투자 부담은 커진 셈이다.
신용거래 확대는 주가가 급락할 때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낮아지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투자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채우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코스피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난 13일부터 3거래일간 강제 청산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과 비중이 모두 급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산 뒤 결제일까지 대금을 내지 못한 금액이다. 반대매매 금액(비중)은 △13일 594억원(5.6%) △14일 893억원(7.2%) △15일 805억원(5.9%)이었다. 반대매매 금액과 비중이 각각 800억원, 7%를 웃돈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가 코스피 6000선 후반에서 7000선 초반에 형성됐는데, 최근 급락으로 코스피지수가 15~20%가량 빠지면서 7월 말 이후 최대 규모로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거래 투자자는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이 기준치를 밑돌면 추가 담보 요구와 반대매매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6월에도 반대매매가 크게 늘었지만 당시에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함께 나타났다는 점에서 최근과 대조적이다. 지난 5월 초부터 외국인이 24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76조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같은 기간 60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반도체주 상승 기대가 컸던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출시되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올랐다.
반면 최근에는 중국 창신메모리의 신제품 출시,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재무건전성 우려 등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AI(인공지능) 기술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수급 지원도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자사주 매입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마무리 단계다. 그동안 하락장에서 매수 주체 역할을 해온 연기금은 리밸런싱(자산 비중 조정)이 지연되면서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낼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코스피시장에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도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매수 주체 부재의 영향이 더 컸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도의 80~9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가운데 지난달 지수 하단을 지지했던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매입 종료 후 급감했다"며 "연초 이후 100조원 이상 순매수한 개인은 예탁금 증가세가 멈췄고 연기금의 수급 방어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매를 흡수할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지난 7월 말 레버리지 청산 당시와 비슷한 매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수급이 회복되려면 AI 신용위험 진정과 반도체 이익 전망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러누워 막았어야" 개미 2조 털린 레버리지ETF, 금감원 국감서 재점화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으로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본 반면 증권사는 수수료로 9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점을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증권사 배만 불렸다는 점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관측된다. 감독당국의 책임론 공방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오는 19일 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에 나선다. 이날 금융위원회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 책임론이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국감 당시에는 정책 도입 책임론이 주요 쟁점이다. 금감원 국감에선 사후 부작용이 집중 추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해외 시장에서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를 한국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됐다. 해외에서 다양한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의 금융상품 선택권을 확대하고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렸으나 대부분은 손실을 봤다. 반면 증권사는 상품 중개를 대가로 매매수수료 수익을 챙겨 결과적으로 증권사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P(ETF·ETN) 관련 개인투자자가 확정한 매매손실 규모는 2조3242억원으로 조사됐다. 상품이 출시된 지난 5월27일부터 지난 8월14일까지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다.
반대로 증권사는 상품 출시 이후 위탁매매수수료로 두달 간 931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서 제출받은 자료로 삼성전자(215,500원 ▲5,500 +2.62%)·SK하이닉스(1,272,000원 ▲10,000 +0.79%)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종목 상장 이후 지난 7월말까지 집계한 수치다.
당초 국회에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를 국감 증인으로 불러들일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증인 채택은 모두 불발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에 대한 감독 책임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정책 도입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커졌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시인했다는 측면에서다. 이에 지난 7월 정무위 업무보고서 자리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대책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다. 지난 15일 기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32조7498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이 증권사에 빚투 관리 강화를 주문한 이후 금투협은 지난달 미래에셋증권(25,650원 ▲1,050 +4.27%)·한국투자증권 등 10개 종투사와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방안을 내놨다. 신용공여 취급 규모를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에서 90% 이내로 줄이고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비중을 15% 이내로 관리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자율 관리방안을 준수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