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든 설악 사람들의 얼굴 "오매! 단풍들었네"

단풍 든 설악 사람들의 얼굴 "오매! 단풍들었네"

최병일(=속초) 기자
2011.10.21 06:00
[편집자주] 설악산에 온통 붉은 물이 들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다. 가뭄끝에 단풍은 그만 제 빛을 잃어버렸다. 제 색깔은 나오지 않아도 단풍은 여전히 아름답다. 깊어진 가을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스로 자기 몸을 물들여 숭고한 자연의 순환을 일러주는 사려깊은 희생때문인지도 모른다. 단풍을 보고 난 후 내처 미시령으로 향했다. 잊혀진 길 끝엔 오히려 단풍이 감동적이다. 단풍은 단지 산에만 걸려있지 않다. 고적한 산사에도 한 잎 도시로 들어오는 가로수 길에도 또 한 잎 또 그렇게 가을은 마음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천불동 계곡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천불동 계곡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 설악산이 단풍에 점령당하다

설악산을 단풍철에 와본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단풍이 겨우 잎새 주변을 물들일 즈음에 번개같이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단풍을 보고 싶어 찾아온 설악산은 단풍나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해일처럼 산으로 밀려왔다. 붉은 색 푸른 색 노란 색 알록달록한 옷 색깔이 오히려 단풍보다 인상적이다. 1707.9m 설악산의 꼭두마루인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물결이 어느 덧 중청과 소청을 거쳐 서북주릉을 타고 미시령 흘림골까지 내려왔다.

아직은 미완이다. 아마도 27일 전후 백담계곡까지 단풍이 내려와야 비로소 붉은 색 물결이 천지를 제압할 것이다. 절정은 아니어도 가뭄끝이라 단풍이 메말라 제 색깔을 갖추지 못해도 설악의 단풍은 압도적이다. 온 산이 마치 색깔의 잔치처럼 형형색색 요란하다.

설악의 단풍을 제대로 보려면 영락없이 한발 한발 산에 몸을 대고 천천히 오르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설악산은 양양 쪽의 남설악과 인제 쪽의 내설악 속초 쪽의 외설악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등반하는 곳은 외설악권이다.

사실 설악을 제대로 완주하려면 이른바 공룡능선이라고 불리는 소공원-마등령-공룡능선-희원각-소청-대청-귀면암-소공원 코스로 내려와야 한다. 설악의 기기묘묘한 절경들을 대부분 맛볼 수 있지만 이정도 코스를 모두 맛보려면 단단하게 준비를 갖추고 올라가야 한다.

동네 약수터만 올라가도 헉헉댄다면 아예 생각을 접는 것이 좋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적어도 1박 2일 이상 걸린다. 오르다 날이 어두워지면 지체 없이 근방의 대피소를 찾는 것이 좋다. 요즘은 산장이나 대피소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종주를 생각한다면 대피소 예약도 필수다.

▲기암절벽과 함께 보이는 설악의 속살 천불계곡
▲기암절벽과 함께 보이는 설악의 속살 천불계곡

백담사에서 시작하는 코스도 있다 봉정암과 대청봉 충청산장 공룡능선 마등령으로 해서 다시 백담사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설악 단풍의 진수를 맛볼 수 있지만 이 또한 1박은 산에서 해야 한다. 당일치기를 생각한다면 소공원에서 천불동 대청봉 까지 오르는 11km가 적당하다. 등반 시간만 6시간 20분이상이 걸린다.

이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와선대에서 비선대 귀면암을 거쳐 양폭폭포에 이르는 6.5km 정도를 오르거나 소공원에서 흔들바위 계조암 울산바위까지의 3.8km 만 올라도 충분히 설악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지금이야 설악산 등반이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도 도전하는 코스가 되었지만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만해도 험산 중에 험산이었다.

치악산 월악산 설악산 등 중간에 악(嶽)자 붙은 산이 험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중에 설악산은 만만해 보여도 막상 오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이 든다. 심심찮게 조난사고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올랐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난 끝에 대청봉에 올라서면 멀리 동해바다까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비가 살짝 내린 날이면 더욱 환상적이다. 운무가 등성이마다 걸려있고 마치 신선이 노니는 듯 선경의 느낌까지 든다.

시간이 없거나 고가의 등산복은 입었지만 체력은 따르지 못하는 무늬만 등산인이라면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만 올라도 수려한 계곡과 단풍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이도 저도 싫다면 최신 기계에 의존하는 방법도 있다.

소공원에서 휴게소까지 올라가는데 불과 10분도 안되는 걸린다.(이용요금 9000원 연중무휴 오전 7시 30분~오후 5시 20분까지 10분 간격 예약제) 휴게소에서 마실하듯 권금성의 정상인 망금대까지 올라가는 거리도 15분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수월하게 올랐다 해도 망금대 정상까지의 15m는 제법 아슬아슬하다.

망금대에서 주변을 살피면 외설악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속초시내는 물론 산 구석구석까지의 모습이 압권이고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온 몸을 감싼다.

▲미시령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미시령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 잊혀진 옛길에 단풍이 더욱 붉다

서울에서 속초를 가려면 미시령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이야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생기면서 강원도 가는 길이 1시간 이상 단축되었지만 예전에는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조심스럽게 험로를 내려와야 했다.

미시령 꼭대기에는 휴게소가 있었다. 차로 여행온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멋진 풍광을 구경하면서 커피 한 잔 정도 마시고 내려갔다. 무엇보다 미시령 휴게소에서는 울산바위는 물론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러볼만한 휴게소로 신문 잡지에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터널이 생기면서 미시령 휴게소는 더이상 영업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다니는 차가 거의 없는데 장사가 될리 없었다. 이제는 굵은 자물쇠로 잠겨 있는 휴게소가 왠지 안쓰럽기 까지 하다.

요즘에는 바이크 족들만이 휴게소 근방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다 내려가곤 한다. 차가 자주 출몰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세워서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설악에서 바라보는 단풍보다 오히려 이곳의 단풍이 더 붉은 느낌이 든다.

▲속초에 유명한 젓갈 가자미식해에서 낙지 젓갈까지 종류도 많고 저염 젓갈로도 유명하다.
▲속초에 유명한 젓갈 가자미식해에서 낙지 젓갈까지 종류도 많고 저염 젓갈로도 유명하다.

◆ 속초에서 만난 두 가지 맛 붉은 대게와 저염 젓갈

동해바다 수심 400m에서 2300m의 깊은 곳에 서식하는 붉은대게는 우리가 흔히 '홍게'로 알고 있는 게를 지칭하는 표준어다. 깊고 그윽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붉은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속초는 전국 붉은대게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산지다.

7~8월의 금어기를 지나 9월부터 잡기 시작하는 붉은 대게는 10월경부터 맛이 제대로 들기 시작한다. 붉은대게가 맛있다는 것은 살이 꽉 차있다는 것과 동의어다. 살이 차지 않으면 빈 공간에 바닷물이 들기 때문에 짠맛이 난다. 속초의 붉은대게는 어획량뿐 아니라 살이 꽉 차있어서 맛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붉은대게는 몸에 비해 다리가 가늘고 긴 것, 배를 눌러 보았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

속초는 젓갈의 고장이기도 하다. 속초 제조업 총 생산량의 51%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제조업 종사자의 78%가 젓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다. 속초의 젓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짠 젓갈이 아니라 싱거울 정도로 염도가 낮은 젓갈이다. 염도가 낮다 보니 보통의 절임 음식처럼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발효음식이 갖는 좋은 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젓갈은 필수 아미노산 성분인 라이신을 비롯해 항혈전성분 항암 및 항비만성분 항고혈압성분 등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체중 노화촉진요소 등 몸에 나쁜 요소들을 모두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문의 033)636-7700(설악산국립공원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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