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대학로의 모든 공연이 이 작품 수준만 유지해준다면 정말 좋겠네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을 함께 본 대학로의 한 공연PD의 말이다. 충분히 동감할 수 있었다.
반전에 반전, 미키짱을 둘러싸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탄탄하고 실속 있는 구성 덕분에 빛이 났고, 온 힘을 다해 열연하는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는 마음 놓고 극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던 아이돌 가수 키사라기 미키짱을 추모하는 오타쿠 삼촌팬들이 미키짱의 1주년 추모식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벌어진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쉴 새 없이 제기되자 묘한 긴장감이 감돌며, 이내 박진감 넘치는 복선과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삼촌팬 5명의 매력이 한데 버무려졌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은 일본 극작가 코사와 료타의 작품으로 2003년 일본에서 초연하고, 2007년에 동명 영화가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2008년 영화로 먼저 소개된 후, 지난해 6월에 대학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일본 특유의 오타구와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을 보다보면 문득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한국의 삼촌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초연 당시 폭발적인 관객반응에 힘입어 올해 시즌2를 개막했다. 감칠맛 나는 대본과 개성만점의 캐릭터는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한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무대는 빵빵 터지는 황당한 웃음 포인트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이에 화답한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날려주는 연극, 그래서 회식을 대신해 단체 관람하는 회사도 종종 있다. 다만 키사라기 미키는 사진과 그림자로만 등장할 뿐, 5명의 남자배우만 출연한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가야 한다. 가끔 남자직원들로 가득한 회사에서 단체로 보고난 후, 실컷 웃고도 여배우가 없다는 사실에 2%의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하니까.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 4만~5만원. 1588-0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