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요즘 특별한 사랑에 빠진 거 아시죠?"

"저 요즘 특별한 사랑에 빠진 거 아시죠?"

이언주 기자
2013.02.25 07:00

[인터뷰]'살짜기 옵서예' 배비장役 홍광호··· "배우와 관객 모두가 행복한 작품"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한 이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몇 개월간 길렀던 머리를 잘랐다며 미소년 같은 표정을 짓는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두 눈이 먼저 웃고 있다.

"저 사실은, 지금도 정말 보고 싶어요. 진짜로 설렌다니까요."

무슨 비밀얘기 해주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31)에게서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진심이 전해졌다. 누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걸까. 바로 지난 16일 개막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함께 공연 중인 애랑 역의 김선영 배우란다.

"선영이 누나와 저는 정말로 '형제' 같은 사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무대에서 공연할 때 누나가 옆에 있는 걸 알면서도 보고 싶어요. 개구멍으로까지 기어들어가서 그렇게 보고 싶던 애랑이를 봤을 땐, 와~ 진짜 설레더라고요."

그는 "공연 중에 몰입하기 위해 때로는 다른 상상을 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진짜로 선영 누나를 생각하면 되니 복 받은 거"라고 말한다.

'살짜기 옵서예'는 1966년 패티김, 김성원, 곽규석 등을 주연으로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한 한국 첫 창작 뮤지컬이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신임목사와 함께 제주도에 부임해 온 배비장이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풀었다.

원작 소설이 양반의 위선을 풍자하는 데 주목했다면, 뮤지컬은 죽은 아내와의 약속과 사회적 체면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배비장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그렸다.

"연출가 구스타보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작품은 '스페셜 러브스토리'여야 한댔어요. 저 역시 공감했죠. 사랑 때문에 가슴 아픈 사람, 그래서 사랑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이 작품을 즐겁게 보고 객석을 떠나면서는 진짜 사랑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 관객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단지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많은 부분 참여했기 때문이란다. 연습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실제로 작품에 적용했다는 것. 배비장이 애랑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 부채를 떨어뜨리는 장면이나 애랑의 환청을 듣는 장면 등 몇 군데 재미있었던 부분을 얘기하자,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며 정말로 재미있었냐고 몇 번이나 묻는다.

그는 "김민정 연출과 구스타보 자작 연출의 협업이 찰떡궁합이었다"며 "게다가 배우들에게도 참여할 기회를 활짝 열어줬으니, 모두가 함께 에너지를 쏟으며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프리뷰 공연에서 기립박수가 나왔을 때는 눈물이 나는 걸 억지로 참느라 혼났어요. 기립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일단 관객들 표정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을 다시 공연하며 배우들이 행복하고 관객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

앞서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 '맨 오브 라만차' 등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 주로 참여했던 그는 오랜만에 창작뮤지컬에 출연하며 또 다른 애착이 생긴 모양이다.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들은 이미 오랜 세월 농축이 되어 들어온 반면, 국내 창작물은 우리가 농축시켜 가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으로 한국의 문화와 공연예술을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가 죽었는데도 지조 있는 양반이 동곳에 사랑을 맹세하고 그걸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외국인들이 얼마나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보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늘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며 스스로 뮤지컬의 팬이기도 한 배우 홍광호. 지난 11월 그를 만났을 땐 꿈 많은 돈키호테를 본 듯 했고, 이번엔 진정한 사랑 앞에 숙연한 배비장과 마주한 듯 했다. 의미 있는 이번 작품에 도전하길 정말 잘 했다고 거듭 말하는 그의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도전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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