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함께 하는 '아이다'의 광기 느껴보세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아이다'의 광기 느껴보세요"

이언주 기자
2013.04.20 09:31

[인터뷰]오페라 '아이다' 연출가 김학민 "영화·뮤지컬의 속도감 담아 극적 감동 줄 것"

↑오페라 연출가 김학민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연출가 김학민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번 작품의 주제는 '광기'에요. 전쟁의 광기를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오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아이다>의 연출을 맡은 김학민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53)는 "극적인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오페라를 대중적으로 쉽게 푸는 방법이 아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1813~1901)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서울시오페라단은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오페라 <아이다>를 선보인다. 대중에게는 오페라보다 동명 뮤지컬이 더 친숙하지만 이번 기회에 오페라만의 깊은 매력과 작곡자의 숨결을 느껴보면 어떨까.

"뮤지컬이 주는 감동을 오페라에서 어떻게 느끼게 할까 고민했어요. 진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연기와 노래를 만들고, 진정성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지 재미있고 화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의 장면처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거에요."

수많은 오페라의 연출은 물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의 뮤지컬 연출도 맡아 다작을 흥행시킨 바 있는 김 교수는 이 '자연스러움'을 위해 오페라의 몇 가지 관습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가령 연주하는 동안에 다른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관습 같지 않아서 백성들의 함성 같은 살아있는 소리를 음악과 섞으려 한다"며 "이는 관객들이 단지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드라마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오페라에서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그대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불필요한 '멈춤'(pause)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그래야 드라마가 축적되고 극적인 긴박함도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작품이 지닌 가사와 음악에 충실하며 새로운 의미를 더할 생각이다.

그는 이번 작품 속 전쟁의 광기와 희생제식의 광기, 이집트 백성의 애국열기, 이집트 신도와 사제들의 종교적 열망 등을 '광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담으려 한다.

"가령 제사장이 라다메스 장군에게 전쟁에서 이기고 오라고 축성을 내리는 이중창이 있는데, 저는 이 장면에서 잔인한 희생제식을 연출하려고 합니다. 무녀들이 죽음의 춤을 추고 노예들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은 이집트인들의 숭고한 종교적 열정으로 보이지만 에티오피아인들에게는 결국 죽음의 공포일 테니까요. 그래서 이 숭고한 노래와 잔인한 희생제식을 병치시킴으로써 전쟁의 광기를 표현하려 합니다."

↑오페라 '아이다' 공연장면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아이다' 공연장면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그렇다면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인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를 그린 이 이야기는 광기 섞인 잔인한 전쟁이야기일 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김 교수는 "오페라 '아이다'는 비극적이면서도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라며 '정의로운 인물'에 대해 언급했다.

"정의란 '용기'와 '열정'인데, 이 작품에서 이 두 가지로 똘똘 뭉친 두 주인공이 나오죠. 죽음을 불사한 사랑, 어디서든 떳떳한 사랑, 상대가 죽음에 처하면 자신도 죽어야 하는 그런 사랑의 주인공이 바로 아이다와 라다메스 장군이라 생각해요."

작품을 설명하는 김 교수의 눈빛도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공연이 그에게 기분 좋은 긴장과 흥분을 안겨준 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프로 성악가, 연기자들 외에 시민들이 함께 작업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말 오디션으로 뽑은 시민합창단(40명)과 시민연기자(36명)가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국내 최고의 성악가들과 서울시합창단, 전문 무용수들과 이 작품을 함께 만든다.

시민합창단은 개선행진장면에 등장한다. 노래로는 한 장면이지만, 악보 분량으로 볼 때는 거의 3분의1에 육박하는 상당한 양이다. 이 외에도 추가로 세 장면에 시민합창이 투입된다. 시민들이 맡는 역할은 주로 백성으로, 사제들이나 왕 군신 무리와 한데 어울려 집단으로 애국심·종교심을 표현하는 장면을 연기한다.

"시민들 중에는 음악 전공자도 있고 비전공자도 있기 때문에 연습이 쉽지 않지만, 이분들의 열의만큼은 정말 대단해요. 살면서 정말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공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오페라 '아이다'=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예술감독 이건용. 연출 김학민. 지휘 정치용. 합창지휘 김명엽. 출연 임세경·손현경·손현희(아이다), 신동원·윤병길·이원종(라다메스), 이아경·양송미·김정미(암네리스) 등. 티켓 2만~12만원. 문의 (02)399-1783.

↑오페라 '아이다' 연습실에서 연기지도 중인 연출가 김학민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아이다' 연습실에서 연기지도 중인 연출가 김학민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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