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다시, 다산을 생각하다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다시, 다산을 생각하다

오인태 시인
2013.12.06 07:40

<86>따뜻한 메밀국수, 그리고 '다시, 다산초당에서'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오늘, 우리시대의 이념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있긴 한 걸까요. 그 많은 이론가, 논객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실은 이런 물음표를 내뱉는 일조차 얼마나 실없고 객쩍은 짓인가요.

혼란의 시대, 어둠의 시대에 다산의 시를 읽으면서, 운동과 문학의 문맥을 더듬거려 찾던 때가 있었지요. 지금 그 내용이야 온전히 떠올릴 수 없지만, 그때 받은 충격과 감동의 기억은 생생한데요. 두 세기의 세월을 달리하면서도, 바로 눈앞에서 손을 이끄는 듯한 그 선견지명의 이론과 혁명적인 문장과 그리고 민중과 국가에 대한 애정과 열정 넘치는 삶이라니,

이후 다산은 오랫동안 제 스승이었지요. 그 시절 다산의 이끌림을 받았던 사람이 어디 저 뿐이었을까만,

다시,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대, 다산초당을 찾았더랬지요. 어둑발이 내리는 해거름녘, 사람들은 산을 내려가고, 어둠에 묻히는 초당은 적막했지요. 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가 내려오는 등 뒤를 다산이 지켜보고 계시더군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다시 사무치게 다산이 그리운 시절 댓잎 수런대는 기척에도 귀를 쫑긋 세우며, 뜨겁게 메밀국수를 마는 저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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