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다, 아니다?

[기자수첩]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다, 아니다?

이언주 기자
2014.07.01 05:10

"책을 쳐다보는 곳이지 읽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서가 없는 도서관이라니요. 교사 없는 학교가 말이 됩니까? 자원봉사자로만 수업을 할 수 있냐고요."

지난달 19일 파주출판도시 중심에 '열린 도서관'이라는 수식을 달고 새롭게 문을 연 '지혜의 숲'을 두고 출판계 일부 관계자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서도 없고 책의 목록과 정보도 갖추지 않았으며, 책을 빌려볼 수도 없는데 무슨 도서관이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이용객들은 만족스러워하는 편이다. "요즘처럼 책 안 읽는 풍토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반갑고, 종이책의 위상을 다시 느끼게 됐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기존 도서관과 비교하면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라 부르기 힘든 요소가 분명 있다. 일례로 도서관법 시행령 '도서관의 사서직원 배치 기준'(4조1항)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건물면적이 330m²(100평) 이하인 경우 사서직원 3명을 두어야 하고, 그 초과하는 330m²마다 1명을 추가로 둬야 한다. 장서가 6000권 이상인 경우 초과하는 6000권마다 1명을 더 두도록 돼있다. 작은도서관이나 장애인도서관 역시 사서직원을 1명 이상 두도록 했다.

지혜의 숲에는 서서가 단 한명도 없다. 자원봉사자로 운영하는 '권독사제도'가 있을 뿐이다. 권독사는 하루 4시간 일하며 일주일에 두 차례정도 일 할 수 있고 교통비 조로 1회당 1만원씩 계산해 4주단위로 돈을 받는다.

이처럼 기존 도서관법을 기준으로 하면 지혜의 숲은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험적인 발상, 새로운 책읽기 문화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도록 화두를 던졌다는 면에서 이용자들의 반응과 더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혜의 숲을 관리·운영하는 출판도시문화재단 측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라고 한다. 재단 측은 책의 반출·도난위험, 신간도서 구입과 권독사제도에 대한 문제점 등을 놓고 토론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진 찍고 놀기는 좋으나 책을 읽는 진정한 도서관은 아니다'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도서관'을 고집할 건지 '북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줄 것인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할지 등 당초 '지혜의 숲' 설립 목표에 맞는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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