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아직도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이 팀이 가수로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쏟겠습니다.”
은비(22)는 막 결성된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에 합류한 뒤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데뷔하고 1년 6개월간 쉼없이 달려왔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꿈에 다가가기도 전에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큰 상처를 입은 멤버들은 시작부터 다른 걸그룹과 노선을 달리했습니다. 귀엽고 예쁜 이미지로 출사표를 던지는 데뷔 걸그룹의 특징도 읽을 수 없었고, 멤버 중 한 명이 래퍼이거나 몇몇 멤버들이 ‘예쁜 외모’로 들러리를 서는 걸그룹의 일반적인 구성과도 달랐습니다.
이들은 전원이 보컬이고, 귀여움보다 멋있는 모습으로, 애교보다 실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온 내실있는 팀이었습니다.
그런 배경에는 이들 모두 ‘중고 신인’의 전철을 밟은 경험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 댄스 가수를 꿈꿨던 권리세(23)는 배용준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에서 데뷔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이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로 옮겼습니다.
그는 “빨리 데뷔하기보다는 좋은 그룹으로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레이디스 코드는 내가 원하는 그룹상에 맞는 팀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소정(22)은 엠넷 ‘보이스 코리아’ 출신으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보컬리스트입니다. 은비, 애슐리 최(23), 주니(20) 역시 유명 기획사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언제 데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가수가 되고 싶은 욕심과 꿈을 접지 않기 위해 이 그룹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애슐리 최는 “슬럼프 시기를 오래 겪다보니,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고 했고, 은비는 “가수로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일을 온 몸을 불살라 던졌는데도, 돌아온 대가는 꿈을 처절히 앗아간 허탈한 사고뿐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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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당시 인터뷰 말미에 간절함이 투영된 진실의 언어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평생 음악하며 살겠다는 꿈을 꿨으니, 이런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형태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아티스트로 꼭 평가받고 싶어요.”
사고로 다친 멤버 중 은비는 장례식을 치르고 있고, 리세는 수술 중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태에 빠져있습니다. 그가 다시 깨어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깨어나서 당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주세요. 가수가 되고 싶었던 당신의 간절함,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실에서 땀을 흘렸을 당신의 의지와 열정을 딱 한번만 다시 보여주세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던 은비의 말을 유언처럼 듣고, 부디 깨어나길. 우리는 그렇게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지녔던 간절함의 기도를 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