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왕의 동생과 놀아난 '난교파티'의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 왕의 동생과 놀아난 '난교파티'의 주인공?

김고금평 기자
2016.03.05 03:10

[따끈따끈 새책] '포르노그래피의 발명'…근대 유럽을 뒤흔든 포르노그래피의 진실

강요된 학습의 산물인지, ‘음란한 저작물’을 일컫는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그간 ‘경건’ 그 이상이었다. 도덕적 죄의식뿐 아니라 범죄 가능성도 높아 금지 대상 목록 1호로 곧잘 손꼽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양상이 좀 달라진다. 포르노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지만, 멀어지는 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은근한 경고라고 할까.

1969년 미국에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포르노그래피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실질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랬다. 성에 대한 흥미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건강에도 이롭고 따라서 포르노그래피의 판매, 진열, 배부, 금지에 관한 법률 모두를 폐기할 것으로 권했다.

덴마크에선 포르노그래피가 그다지 유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성범죄가 되레 줄었다는 것이 실제 증명되기도 했다. 완전 개방한 이후에는 성범죄가 3분의 1로 줄었다.

‘신념의 서적’ 구약성서로 넘어가면 얘기는 좀 더 ‘하드보일드’하다. 근친상간, 근친결혼, 폭력적 강간, 동성애가 별것 아니라는 듯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2007년 홍콩에선 폭력과 음란이 뒤범벅된 구약성서를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 지배층은 포르노그래피를 즐겼다. 근대가 오기 전까지 성적 흥분을 자극하는 그림이나 조각은 즐거움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즐거움은 수치의 영역으로 전락했다.

이유는 16세기에 등장한 이탈리아 작가 피에트로 아레티노가 쓴 작품 때문이었다. 그의 ‘음란한 소네트’는 판화가가 그린 16가지 체위 그림에 소네트를 붙인 것으로 기존의 ‘도색 잡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문제는 ‘대상’이었다.

지배층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 범위가 확대되자, 지배층이 작정하고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당시 교황청은 “무식한 하층민과 여자, 미성년자들은 포르노그래피를 제대로 감상할 줄 모르기 때문에 타락할 것이고 결국 사회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세기 산업혁명이 들어섰을 때, 영국사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6세기 말 영국 남서부의 작은 마을인 세르네 아바스 언덕에 그려진 그림 한 장이 문제였다. 2.5m나 되는 거대하게 발기된 남성의 성기 그림은 당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삭제’되기 시작했다.

대영제국 번성의 주역이 통제된 노동계층인데, 성적 작품이 노동계급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지배층의 걱정이 낳은 결과였다.

최초의 포르노그래피로 불리는 아레티노의 ‘음란한 소네트’는 단순히 성적 유희의 내용만을 담지 않았다. 외설적이었지만 정치적이었고 사회 비판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많은 포르노그래피 작가들은 성적 작품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틀며 묘사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작품들은 왕족과 귀족에 대한 성적 비하와 음탕함이 절정에 이르렀다. 귀족들은 모두 발기부전에다 성병에 찌들고 주색잡기에 빠진 사람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의 동생 백작과 공작부인 등과 난교 파티를 벌이는 인물로 그려졌다.

포르노그래피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한가지 대목은 ‘여성 동성애’다. 아레티노는 작품 ‘대화’에서 경험 많은 연장자 여성과 어린 순진한 여성의 대화를 다뤘는데, 이는 250년 뒤 탄생한 사드의 ‘규방 철학’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동성애의 가장 ‘핫’한 이슈는 여자 사촌지간의 애정을 다룬 1680년에 출간된 ‘여성 아카데미’다.

여성 동성애를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열정으로 묘사하며, 오히려 남자들 사이의 성교는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작품에서 여 주인공 튈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욕망의 기원을 유물론에서 찾는다. 기존의 생리학이 가르친 ‘남성=능동성’, ‘여성=수동성’에 대한 관념에 철저히 저항하는 주체자로 묘사된 것이다.

16세기부터 19세기 초(1500~1800년)까지 포르노그래피의 탄생과 역할을 조명한 이 책은 혁명과 산업화라는 변혁의 물결에서 보여준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보고서로 작동한다.

저자는 “지배층 엘리트만의 전유물이던 세련된 음란물들이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곧 민주주의로 향한 혁명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포르노그래피의 발명=린 헌트 지음(엮음). 전소영 옮김. 알마 펴냄. 480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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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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