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흐름에서도 극도의 긴장감 녹이고 싶어"

"아다지오 흐름에서도 극도의 긴장감 녹이고 싶어"

김고금평 기자
2016.04.30 03:10

[인터뷰] 30년 만에 첫 멜로소설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펴낸 구효서 작가

구효서 소설가. /사진=김고금평 기자
구효서 소설가. /사진=김고금평 기자

작가는 여전히 ‘의식의 문학’이라는 틀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듯했다. 등단 30년 만에 처음 쓴 멜로 소설인데도, 감성적 접근보다 이성의 논리로 존재와 종교, 신념의 가치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를 즐겨보며 세속화한 멜로 장르에 눈을 떴지만, 그의 손은 아직 근사한 이념 구조에 사로잡혀 있었다.

소설가 구효서(58)가 내놓은 20번째 장편소설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해냄)는 멜로라는 형식에 존재라는 심연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애정이 낳은 설렘이나 상처 같은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신념에 배반당하는 ‘나’에 대한 가치와 주체를 얘기함으로써 멜로 그 이상의 의식을 되짚는다.

“멜로라는 말이 음악성에 기초한 것인데, 본래 뜻과 다르게 많이 세속화했죠. 멜로 작품(드라마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패턴들을 이번에 도입했지만, 희곡적으로 수용한 게 아니라 도구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좀 다르게 볼 수 있을 듯해요. 좀 더 ‘멜로스럽게’ 가지 않은 게 후회스럽기도 하죠. 하하.”

책은 사고로 외모와 기억을 잃은 수, 그런 그를 성심껏 보살피는 엘린,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리를 관계로 간직한 비밀의 실타래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은 한국이라는 배경에서 갖는 선입견의 정서를 배제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배경을 설정했다. 한국인이 공유하는 감정적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새롭게 느끼는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어떤 감정이라는 것은 지역별, 민족별로 구성화하기 쉽잖아요. ‘감각이나 신념의 주체가 나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을 다른 국가에 던져놓음으로써 진심이 소외되는 측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자는 거예요.”

구 작가는 멜로가 지니는 뻔한 흐름에도 반기를 들었다. 갈등과 긴장, 격정 등 멜로의 중요한 지점에서 빨라지는 속도감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페이스(속도)가 느리면서도 갈등 구조를 극대화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다”며 “아다지오 풍의 느린 흐름에서도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가는 것이 이번 멜로의 목표”라고 했다.

세 사람 모두 입을 다물면 아무도 안 다치지만,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진심은 배반당하기 시작한다. 그 배반에서 열리는 긴장감은 롤러코스터에 탄 흥분 못지 않다. 1987년 등단해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휩쓴 그는 “다음엔 ‘글루미 선데이’ 같은 멜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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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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