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노동을 떠넘기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

신이 노동을 떠넘기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

김유진 기자
2016.08.06 03:03

[따끈따끈 새책] 도현신의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잊혀지는 신앙과 사라진 신들의 역사"

대부분 종교나 신화들은 인간이 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처럼, 신을 믿는 인간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신을 기쁘게 하려고'라고 믿어왔다. 천주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신에 대한 유사한 가치관을 공유한다. 불교나 힌두교의 경우 신에 대한 관념이 조금 다르지만, 이들 또한 인간이 '신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군 지역으로 알려진 수메르에서는 달랐다. 신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가 신을 대신해 힘든 노동을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믿은 것. 이들은 인간 중심, 즉 휴머니즘적 사고가 아닌 철저히 신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았다.

왜 이들은 신이 부려먹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고 생각했을까.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의 저자 도현신은 수메르인들의 기록을 담은 문헌들을 바탕으로 당시 왕이 백성들에게 낮은 임금으로 중노동을 시키기 위한 명분을 종교에서 찾으면서 이런 신화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르페우스 신앙,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미트라교, 드루이드교 등 어디선가 한번 쯤은 들어본 듯한 수 많은 종교들.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긴 이 종교들은 한때 수많은 사람이 모인 집단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장악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종교들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인류의 종교사라는 하나의 거대한 맥락으로 묶는다.

이 과정에서 '작은 축복이라도 기대하려면 반드시 제물을 바쳐라'고 요구한 드루이드교의 신, 단둘이 사는 것이 쓸쓸해 세상을 창조한 슬라브족의 하얀 신과 검은 신, 세상이 꾸준히 멸망했다가 재생됐으며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아즈텍의 태양신 등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신들이 소개된다.

왠지 '사이비' 같은 종교의 역사를 하나둘 읽다보면 기독교나 불교 등 현재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 종교들과도 그 맥락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뿌리에서 출발해 지리적, 사회적 맥락의 변화로 인해 달라져 가는 수많은 종교의 내막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펴냄. 304쪽/ 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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