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인포메이션’…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한때 인류가 생산하고 소비한 정보는 소멸했다. 눈에 보이는 광경과 소리, 노래, 발화된 말들은 그냥 사라진 것이다. 돌과 종이에 새겨진 표시는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소포클레스의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그의 희곡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순간 연극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이런 기대는 모두 뒤집혔다. 모든 것들이 기록되고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약 5000억 장의 사진이 찍혔고, 유튜브가 서비스하는 동영상 스트리밍은 10억 개 이상에 이른다. “어떤 생각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한 찰스 배비지와 애드거 앨런 포의 확신은 지금 유효하다.
‘인포메이션’(정보, Information)은 자료이며 데이터이고 상태이자 지식이다. 모든 정보를 0과 1의 일차원적 배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보 역사의 기점이며, 인쇄술로 다진 정보의 광범위한 유통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을 주도했다.
세상의 모든 사고와 논리는 정보처리와 계산에 불과하다는 정보 인식론의 입장에서 의식과 의미는 거세된다. 정보를 측정하는 단위인 비트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모든 분야와 학문의 공통분모가 됐다.
감성의 가장 근원적인 분야인 음악에서조차 8분음표와 4분음표의 나열은 음악이 아니다. 공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일련의 압력파도, 음반이나 CD에 새겨진 홈도, 청중의 두뇌에서 발생한 뉴런의 심포니도 모두 정보일 뿐이다. 생물학 분야에서 DNA의 염기쌍은 유전자를 인코딩하는 정보다. DNA가 아데닌 등 생물학적 염기를 지닌 유기체가 아닌, 60억 비트를 합산한 메시지 처리기인 셈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근원에 있는 것은 불도, 따뜻한 숨도, ‘생명의 불꽃’도 아니다. 근원에는 정보, 단어, 지시문이 있다. 비유를 원한다면 불과 불꽃, 숨을 생각하지 마라. 대신 결정질 판에 새겨진 10억 개의 이산적 디지털 기호들을 생각하라.”(리처드 도킨스, 1986)
정보에 새겨진 완벽한 언어는 모호성이나 혼란을 거부한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엄밀하게 지정된 기호들의 언어인 계산은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의 완벽성’에 대한 이 오랜 생각은 ‘수학은 결정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만나면서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수학은 완전할 수 없고 무 모순적일 수도 없음을 증명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인간이 직관이나 상상, 통찰의 번뜩임 같은 비 기계적인 계산 또는 절차 없는 연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을 읽고 일부 수가 연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수학은 결정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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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의 두 수만이 아니라, 0과 1의 중첩 상태가 동시에 될 수 있는 ‘큐비트’의 상태는 해묵은 정보 인식론에 반기를 든 파격이었다. 양자물리학에서 발견된 이 정의로 우리는 이제 정보를 존 아치볼드 휠러의 말처럼 ‘비트에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책은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철학과 논리학, 수학을 거쳐 물리학과 생물학, 양자역학까지 거의 모든 학문을 끌어온다. 우리는 지금 구글,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을 통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정보 홍수’와 만나고 있다. 모든 비트가 동일하게 생성되는 넘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진짜 제대로 된 ‘정보’을 습득하고 있을까.
T.S.엘리엇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인포메이션=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김태훈 옮김. 동아시아 펴냄. 656쪽/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