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과학자의 생각법’…과학자는 생각의 벽을 어떻게 넘어서는가

과학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 그리고 논거는 늘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객관적 합의 속에 감춰진 주관적 판단은 여전히 과학자의 뇌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과학적 발견과 창의성은 객관화한 논리보다 인문학자나 심리학자의 주관적 해석과 상상에 맡겨진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발견을 신비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에 몰두하는 ‘의식적 행위’에서 찾지 않는다는 얘기다. 테니스 할 때 의식적으로 공을 맞히려 하면 할수록 실수가 나오는 원리처럼, 과학 활동 역시 객관을 빙자한 의식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흔히 자신이 연구한 결과가 그 연구를 둘러싼 역사, 사회, 심리적 측면과 상관없는 듯이 전달하도록 배운다. 일반적으로 그런 발견의 과정이 지닌 독특한 측면을 없애버리는 것이야말로 과학을 객관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허구를 창조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과학자는 주관적이라고 역설한다.
위대한 과학자도 저자의 말에 힘을 실었다. 아인슈타인은 “현재 완성된 과학은 인간이 아는 지식 중 가장 객관적이지만 진행 중인 과학, 목표를 가지고 탐구 중인 과학은 주관적”이라며 “인간이 추구하는 다른 모든 영역처럼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는 “과학이 독창적인 문학보다 더 보편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저 모두가 똑같은 언어로 표현하고 똑같은 통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수많은 사람을 연결해 과학적 사고 과정을 수행한다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정신적 어우러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책에서 드러내는 주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수많은 사람을 연결한 과학적 사고 과정을 조명하면서 주관적이고 오류 가능한 인간 정신이 어떻게 과학같이 강력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지 말이다.
독자들의 PICK!
책은 과학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생물학자,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6명의 허구적 인물을 내세워 과학적 창의성의 핵심에 놓인 다양한 쟁점을 토론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6명의 탐구자들은 실제 과학자들이 남긴 실험실 노트와 편지, 논문, 개인사 등을 분석하고 과학자들의 실험을 재구성하면서 익숙한 유형을 비틀어 사고한다.
허구적 형식이지만 사실을 다루는 이 책은 우연한 과학적 발견이 결정적 실험의 역할에서 배운 것과 다르다는 ‘통념의 배반’을 다루면서 과학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얘기한다.
이를테면 가설을 설정하고 시험을 한다는 통념, 즉 입증과 반증이라는 통념이라는 객관적 과정들은 때론 복수의 가설이 생성되고 그 가설에는 결함이 있다는 주장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 가설이 더 ‘과학적’으로 입증되려면 결국 과학자 개인의 기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발견의 과정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의 대화, 비언어적 이미지와 느낌, 불현듯 내려오는 계시를 상상해 재창조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정신적 재창조가 훌륭한 과학자가 늘 실천하도록 배우는 전략이자 과학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창조는 논리가 아닌 상상으로 이뤄진다. 저자는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아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 나는 이해하기를 원한다. 앎과 이해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무언가를 아는 상태는 수동적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해하는 상태는 능동적이다. 이해는 대상에 영향을 미치고 대상을 이용하고, 나아가 창조하기까지 한다. 이해야말로 내가 과학에서 바라는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다.”(본문 32쪽 중에서)
◇과학자의 생각법=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지음. 권오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776쪽/3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