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70만 년의 진화를 거슬러 올라가는 위험한 추적기

인류 진화의 최적 상태가 구석기라는 믿음은 음식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구석기 시대의 식습관을 따라 하려는 구석기(원시인) 다이어트가 한때 열풍이었다.
메간 폭스, 케이트 허드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의 건강 비결로 이를 내세우자, ‘구석기로 돌아가자’는 음식 운동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번졌다. 이들은 농사 이전의 사냥 시절의 식습관을 차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제품과 가공식품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으로 몰아세웠다. 특히 곡물에 있는 녹말이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지목하고 육류와 채식, 과일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보면 꽤 설득력 있는 얘기여서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만성 질병의 확률을 줄여주며 심지어 암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기도 했다. 이 추종은 점차 운동, 섹스 등 생활 전반에 퍼져나갔다.
구석기 추종론은 인간의 최종 진화형은 구석기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농업 혁명 이후 인간의 삶은 180도 달라졌는데, 인간의 진화 과정은 여전히 구석기 상황에 적응된 채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 셈이다.
이 추종이 신념을 넘어 사실로 안착할 때 즈음, 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에 발견된 화석이 그 주인공.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에서 약 170만 년 전의 보행인간 뼈로 추정되는 화석의 표면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된 것이다. 구석기 식단의 건강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나오면서 진화에 대한 신념은 다시 흔들렸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저자는 “구석기 시대에 대한 추종은 진화에 대한 착각이 만들어낸, 과거를 미화하는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의 유전자는 현재의 삶에 최적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간이 가장 두려워한 질병은 결핵이었다. 고대인들은 이 만성 결핵 감염에 줄곧 시달렸다. 결핵균이 사냥과 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와 공존했다는 연구결과를 봐도 구석기인이 가진 유전자가 환경에 더 잘 적응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높은 고도에 살 수 있었던 것이나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을 키운 것 모두 인간 유전자는 시대 환경에 따라 작동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유전자가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선택된다는 증거들인 셈이다.
인간은 더는 진화하지 않는다는 의심이나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해온 종이라는 말도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또 우리들의 유전자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도 틀렸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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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 기준으로 보면 눈 깜짝할 새인 수천 년 안에 일부 인간은 우유를 마시고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게 되었고, 5년 정도가 지나는 동안 귀뚜라미는 울어대는 벌레의 특성을 버렸다. 그런 식으로 진화를 설명하면 진화의 가장 최근 종은 눈 깜박할 사이에 진화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며 “인간의 유전자 또는 행동방식이 어느 특정한 시기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말은 궤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마를린 주크 지음. 김홍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464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