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견제에서 독일 통일까지…시대를 바꾼 '외교의 달인들'

나폴레옹 견제에서 독일 통일까지…시대를 바꾼 '외교의 달인들'

김고금평 기자
2018.01.06 06:10

[따끈따끈 새책] '외교의 거장들'…한국 외교의 길을 묻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외교, 공작, 전쟁 등 크게 3가지다. 이중 가장 잘 기억되는 순서로 배열하자면 전쟁-공작-외교다. ‘플래툰’(전쟁)이나 ‘007’(공작)처럼 자극을 재료로 하는 영화가 주는 각인과 달리, 외교는 물에 물 탄 듯 어정쩡한 행동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교만큼 자주 일어나는 국제관계는 없다.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최고의 정상외교’라는 긍정론과 ‘굴욕적 사대외교’라는 비난이 맞섰다. 외교에서 어떤 평가가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외교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실리를 찾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는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다른 나라와 대화하고 교섭하고 협상한다.

미국의 언론인 노먼 커즌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암이나 불치병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외교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어떤 외교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를 더 많이 팔 수도 있고, 미국의 값싼 쇠고기의 수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말한 대로, 강한 나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약한 나라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셈이다.

책은 외교의 관점에서 시대별로 빛나는 별에 해당하는 인물을 골라 그들의 외교에 얽힌 삶을 조명했다. 전쟁 영웅만큼 유명인도, 교과서에서 자주 회자하는 역사적 인물은 아니지만, 그들 또는 그들의 외교가 아니었으면 변하지 않았을 시대와 관계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인물들이다.

주인공들은 19세기 초 활약한 오스트리아 총리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부터 20세기 말 독일통일을 이룬 한스디트리히 겐셔까지 외교사에서 족적을 남긴 세계 외교의 거장 10명이다.

메테르니히는 나폴레옹전쟁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 빈 회의의 의장으로 수십 개국의 이해를 능숙하게 조율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프랑스혁명 세력과 나폴레옹을 세력균형의 파괴자로 봤다. 유럽의 왕국들은 비슷한 힘으로 균형 관계를 유지했는데, 나폴레옹이 등장해 주변국을 침략함으로써 질서가 깨졌다고 보고 프랑스에 대항하는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주의자의 전형인 영국 외교장관 로버트 스튜어트 캐슬레이 역시 세력균형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독일 제국의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러시아, 이탈리아 등 주변국과 수많은 비밀조약을 맺으며 독일의 이익을 지켰다.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통해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대를 앞선 사고로 주목받았다. 다만 다른 강대국의 협조 없이 현실 국제정치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기에 다른 전승국의 요구도 수용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중국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세계 질서에 비판을 제기하며 비동맹세력의 결집을 이뤄내는 한편,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개선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공헌했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4차례에 걸친 미·중 실무급 회담을 통해 비밀채널을 만들었고, 이 채널은 향후 15년간 미·중 사이 중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1955년 재미 중국 과학자들을 귀국 시키는데 중요한 창구로 활용되거나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독일의 통일 전과 후를 합쳐 무려 18년간 외교장관을 맡은 한스디트리히 겐셔는 통일문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미국과 소련을 설득해 ‘독일통일의 설계사’ ‘통독의 아버지’로 불렸다.

외교의 거장들은 그러나 그들이 일군 외교적 성과에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메테르니히·비스마르크·처칠의 지나친 보수주의, 미국의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과도한 국익 중심의 제3국 개입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동맹 강대국에 대해선 ‘언제 나를 버릴지 모른다’는 염려가 존재해 너무 동맹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동맹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나 동맹 없는 강대국에 대한 방기적 태도 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외교의 거장들=안문석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35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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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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