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황승택 기자 신간 펴내...."청각을 잃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차별의 소리들"

백혈병 투병기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저자 황승택(채널A 기자)이 에세이 '다시 말해 줄래요?'로 다시 돌아왔다.
2015년 10월 1차 혈액암 발병과 2017년 2차, 2018년 3차 재발.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확신으로 병마를 기적처럼 이겨낸 저자는 지난해 8월 급성중이염과 패혈증으로 다시 한 번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다.
"죽음은 넷플릭스 '지옥'처럼 미리 통보되지 않는다. 예고 없이 우리의 삶에 갑자기 돌진해 온다. '기록'은 죽음의 든든한 안전망이다"(황승택 블로그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유' 中). 저자가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절망, 장애와 질병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을 담담하고 위트 있게 기록하자고 다시 마음 먹은 이유다.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인한 청각 상실과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체험기다. 소리를 잃었다는 선고를 받고, 청력 회복을 위한 수술을 받기까지 200일 동안 저자가 경험한 세상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 없는 세상'이었다. 인공와우 수술 이후 청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에선 "비로소 '차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차를 모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청각 장애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래서 충돌 위험이 생겼을 때, 경적음을 울리면 보행자가 알아서 피하겠지 생각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운전할 가능성이 높다. 청력을 '기본값'으로 세팅한 한국 사회는 청각 장애인에게는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아마존의 정글이다".
책 제목 "다시 말해 줄래요?"는 저자가 복직하면서 수차례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동료들과 대화 중엔 입안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발설되지 못했다. "약해 보이는 게 싫어서 잘 듣는 척하다가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거나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나에게 주문을 건다. '다시 말해 줄래요?' 이 말은 내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의사를 더 정확히 알고 싶다'는 뜻의 정중하고 격식 있는 요청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랜 시간 아픈 몸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내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억누른 건 아닌지"라고 자문한다. "성급하게 봉합된 슬픔, 공포, 연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았을 수도 있다. 이제는 무조건 긍정적 사고로 미래만을 생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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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슬픔과 공포는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좌절은 마음이 이겨 낼 충분한 시간을 줘야겠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아픈 몸을 살아가는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솔직함과 감정의 파고가 잦아들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인 것 같다"고 썼다.
민음사. 23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