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관광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국내 관광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비싼 요금과 획일화된 콘텐츠로 인해 관광객들의 소비 심리가 악화된 탓이라고 분석한다.
4일 한국관광데이터랩,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내국인 관광소비는 116조 8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내국인 방문자수는 약 23억명으로 3.7%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 감소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관광객(16.0% 증가), 외국인 관광소비(21.6% 증가), 관광사업체 수(11.8% 증가) 등 관광 관련 지표는 모두 개선됐다.
현장에서도 '닫힌 지갑'이 체감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역축제나 관광 명소 등 방문객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소비액 증가폭은 크지 않거나 되레 줄어든 경우가 많다. 지난달 홍천에서 열린 별빛 음악맥주축제의 소비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전북에서는 지역 대표 문화관광축제의 1인당 평균소비액이 2019년 대비 12.1% 감소한 7800원에 그쳤다(지난 3월 발표 기준).
경남에서 지역축제 상품을 판매하는 한 여행사 대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축제를 가면 물건을 구매하거나 유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며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는 등 '무료 체험' 외에는 인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는 국내여행객들의 지갑이 닫힌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바가지 요금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다. 국내여행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둘째는 개성 없는 콘텐츠다. 특색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다양성과 볼거리가 없어 굳이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개성 없는 콘텐츠는 몇 년째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다른 점이 없고, 서로 유사한 시설과 시스템을 복사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여행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7월 국내여행을 다녀온 소비자 7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3.1%가 '관광지의 다양성과 볼거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복수응답).
대표적으로는 너무 많다는 비판을 받는 케이블카나 출렁다리가 꼽힌다. 전국에 케이블카는 43개, 출렁다리는 254개(지난 8월 기준)가 있다. 국토가 넓은 일본(30여개), 관광 대국인 대만(10여개)보다도 많다. 야놀자리서치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연구에서 "식사나 자연 감상 등을 제외하면 국내여행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여행객들이 어디를 가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독자들의 PICK!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지역 특색을 살린 콘텐츠로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천이 우수 사례다. '김밥천국'의 약어인 김천과 도시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착안해 김밥을 소재로 한 지역축제로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 25일~26일 열린 축제에는 15만명이 몰렸으며 10만인분 이상의 김밥이 모두 매진됐다.
관광 플랫폼 고위관계자는 "관광객들의 눈은 계속 높아지는데 여행사나 지자체는 20~30년 전처럼 '여행 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이제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