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예술 없는 정치, 프로파간다에 불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 시간) 개막한 가운데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정치와 예술, 심사의 의미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22편의 경쟁 부문 진출작을 심사한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박 감독을 비롯해 배우 데미 무어, 루스 네가, 감독 클로이 자오, 로라 완델, 디에고 세스페데스, 배우 이삭 드 방콜레, 배우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각본가 폴 래버티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경쟁 부문 진출작 22편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비터 크리스마스' 등이 포함됐다.
박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아시아인으로는 1962년 일본의 언론인 겸 외교관 데츠로 후루카키, 2006년 홍콩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장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심사위원직을 한 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5분 정도 고민했지만 칸 영화제에서 여러 번 경쟁 부문에 초청받고 상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이 연이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며 '칸의 남자', '깐느 박'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박 감독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기준을 밝혔다.
그는 "예술 작품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서 예술의 적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영화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없다고 해서 그 영화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치적 주장을 담고 싶어도 예술적으로 훌륭하지 않다면 결국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면서 "예술과 정치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며, 잘 표현된다면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순수한 관객의 시선으로 그저 저를 놀라게 할 영화를 볼 기대감으로 감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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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칸 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한국 영화는 '호프' 외에도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병행섹션인 감독주간에, 홍익대학교 최원정 감독의 단편 영화 '새의 랩소디'는 라 시네프 섹션에 초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