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소에서 달항아리를 사도 돼요. 더 많은 분들이 그 아름다움에 빠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예가 이규 작가는 달항아리와 닮아 있다. 수없는 작업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도예를 모르겠다'는 그의 철학이 불완전하면서도 완전한 달항아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부관장이 직접 그의 양평 요(가마)를 찾고, 해외에서 문의가 잇따를 정도로 주목받는 작가지만 그는 명성보다 더 좋은 작품에만 관심이 있는 전형적인 예술가다.
지난 10일 모다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전시도 독특한 그만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극사실주의 화풍의 대가 고영훈 화백이 그린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작품이나 주목받는 플라워 아티스트 이유림의 작업이 더해져 비대칭적인 달항아리의 매력을 전한다. 그는 "실물 작품과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달항아리 그림이 더해져 보다 완전한 이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달항아리의 매력을 '행복'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30대 때 처음 달항아리를 접한 뒤 많은 작품을 만들어 오면서 다른 장르로 한눈을 판 적이 없다. 그만큼 달항아리가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오브제기이 때문이다. 그는 "달항아리를 보면 욕심이 사라지고 행복감이 가득해진다"며 "더 많은 분들도 이 기회를 함께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고 화백의 그림을 지나 다양한 달항아리가 늘어선 곳으로 향하는 공간이다. 웅장하면서도 풍만한 달항아리들이 늘어서 있는 공간의 창문 너머로 쉴새없이 지나다니는 차량·행인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늘어선 작품들은 모두 형태와 무늬, 빛깔이 독특하다. 이 작가가 고수하는 상부와 하부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치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다.
언뜻 작가의 다양한 경험이 반영된 듯하기도 하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달항아리들은 젊은 시절부터 여러 나라를 누비며 미술관·갤러리에서 쌓아 온 이 작가의 심미관과 작품 세계처럼 특이한 미감을 뽐낸다. 눈물을 흘리는 듯한 달항아리나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색감의 작품들, 성인 남성 상반신보다 큰 달항아리까지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이 작가는 "백색도 청색 빛을 내는 백색이나 우윳빛 백색, 회색 백색 등 다양한 것처럼 많은 질감과 빛깔이 있을 수 있다"며 "미완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늘 부족하고 더 채워져야 하는 달항아리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채워나가는 것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후기인 17세기에 등장한 백자의 양식인 달항아리는 최소 40cm 이상의 크기를 가진 대형 도자기다. 우리 고유의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만들기도 어렵고 보존도 불편해 소장 가치가 높다. 지난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8세기 달항아리가 41억여원에 낙찰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을 인정받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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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달항아리의 매력을 깨닫기를 바란다. 그는 "한국의 문화 상품인 달항아리는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시 공간에서 보면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달항아리를 접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