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빈곤아동, 소외노인 돕는 김현주 前 벽산㈜ 대표이사

"예전엔 남의 입에 든 밥도 빼앗아 먹을 정도로 독하게 살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아가기 싫어지더군요. 앞으로 남은 인생은 주위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5일 기자와 만난 김현주(67) 전 ㈜벽산 대표는 중견 기업 최고경영자(CEO)였던 과거와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석갤러리에서 자신이 직접 그린 2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작품 판매수익금 전액은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에 기부될 예정이다.
1940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서울대 상과대학 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업은행을 거쳐 1985년 벽산과 연을 맺었다.
벽산 대표이사, 벽산그룹 비서실장을 역임한 후 40여년에 걸친 사회 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계획하던 김 전 대표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화두는 '나눔'이었다.
"나눔도 어디 그냥 됩니까. 한 기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인정사정 없이 냉혹하게 사람들을 대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몇 십년을 살다보니 스스로가 '나눔'과는 참 안맞는 사람이 돼버렸던 거예요. 우선 나 자신이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부드러워지기' 위해 대학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그림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남을 더욱 잘 돕기 위해 전문성이 필요하단 생각에 2001년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의 노년학 과정에도 등록했다.
다시 시작한 학업을 통해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가진 그는 취미와 봉사를 연결하려는 생각에 지난해 서울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노인보호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몸의 한 쪽만 마비가 오는 편마비 증상이 있거나 정신지체 상태인 노인들 20여명을 돌보는 '은빛사랑'이라는 모임에 가입했다.
은빛사랑에서 그가 했던 활동은 '미술치료'. 미술 창작을 통해 굳어 있는 노인들의 마음을 열고 부자연스런 몸놀림도 교정하게 돕는 일이었다.
그는 "올해엔 개인전 준비로 (봉사를) 쉬었지만 이번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보호센터를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무엇이든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어렵다. 한 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봉사도, 기부도 이전과 달리 어렵지 않은 법이다. 그는 자선 전시회 개최를 계기로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엔 저 혼자였지만 다음에는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서 합동으로 자선전시회를 다시 열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활동도 하고 남도 도울 수 있고. 비록 제가 은퇴했지만 남은 생은 적극적으로 살 겁니다. 착한 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