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리 "은행 위기탈출 아직 멀었다"

아탈리 "은행 위기탈출 아직 멀었다"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기자
2009.04.23 17:28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위협받는 일자리, 불안한 미래...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단어는 이제 세 살짜리 아이에게도 낯설지 않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특히 소득이 줄어들었거나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위기’라는것이 왜 왔는가를 들여다보면 분통이 터집니다. 우린 잘하고 있었는데 태평양 건너 미국인들이 금융과 부동산을 가지고 불놀이를 하다 대형 사고를 친 겁니다. 그 바람에 아무 죄 없는 우리마저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이번 위기의 진원은 어디고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세계적 미래학자'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독특한 시각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아탈리가 보는 미국 경제 위기의 원인은 이렇습니다. 극심한 미국 사회의 소득 불균등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겁니다. 최상위 부자 1%가 국민소득의 16%를 차지하고 최상위 5%의 부자가 국민소득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 소득 순위 하위 50%의 국민이 가진 자산이 전체의 2.8%에 불과한 사회.

이렇게 소득분배가 불공평한 미국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길은 중산층이 빚을 늘리게 하는 길 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탈리의 진단입니다. 그래야 미국 경제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내수가 만들어 졌다는 겁니다. 그 결과 미국 가계의 빚은 1979년에는 GDP의 46%에 그쳤지만 2007년에는 98%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미국 가계의 빚 잔치는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에서 절정을 이뤘고 이게 곪아 터지면서 이번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부문의 일탈 행위를 규제해야 할 행정이 거의 와해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아탈리는 1992년까지만 해도 미국 금융규제 부문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수는 2만 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만 4천명에 불과하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아탈리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계획안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실물경제위기는 대부분 기업과 소비자, 국가들을 모두 곤경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책이 지난 1월에 발간됐으니 그 이후 나온 미국, 중국 등 경기부양대책과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대대적 경기부양 합의가 아탈리가 지적한 위기대책으로 충분한 건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아탈리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우울한 진단을 내놓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라는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이 보다 신용도가 높은 알트에이 대출, 신용카드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겁니다.

자, 그러면 위기 돌파 또는 예방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아탈리는 무엇보다도 금융에 대한 규제를 촘촘히 하자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금융이 더 이상 사고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그동안 시장의 이익을 독식해 온 은행가, 애널리스트, 민간 투자자들처럼 정보를 선점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금융 규제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는 금융감독권한은 국제통화기금에 몰아주자는 제안도 합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 대규모 사업을 제시하는 데 오염 방지,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통신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최후의 경고, 미래의 약속'은 세계 각국에 대한 따끔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임기응변 식으로 넘기면 앞으로 20년 안에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금융위기가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입니다. 이 위기를 막아 내는 일은 또 다시 우리 몫으로 남겨진 겁니다.

"시장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다"아탈리의 이 말은 이번 위기와 관련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