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재 모대학에 다니는 강모(20)씨는 학교 근처 모 피시방에서 4개월째 시간제 아르바이트(이하 시급알바)를 하고 있다. 시급은 3500원. 법정 최저임금인 4000원에 500원 모자란다. 사실 이마저도 지난달부터 인상한 액수다. 알바 시작 뒤 첫 두 달 동안에는 시급 3300원을 받고 일했다.
강씨는 법정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최근에 들어서야 알았다. 그래도 그는 “사장님이 불편 없이 잘 대해주고 근처 편의점들 시급 수준도 이 정도라고 하니 불만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시급알바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서울 신촌 모 편의점에서 2개월째 시급알바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21) 역시 최저임금에 400원 모자라는 3600원을 받고 일한다. 이씨는 “요즘 알바 구하기가 어렵다”며 “최저임금 운운했다가는 그냥 ‘나가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냐”고 말했다. 그는 “알바가 지하철 막차 시간 즈음해서 끝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경우도 잦다”며 “택시비까지 고려하면 실질 시급이 3000원은 될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9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실시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황’에 따르면 청소년 중 48.1%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3.1%는 임금을 떼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달 14일에는 ‘부산지역 청소년 중 법정 최저임금인 4000원 이상을 받는 사람이 31.1%에 불과하다’는 민주노총 서부산상담소의 발표가 있었다.
최저임금기준이 이렇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경기불황과 관련이 깊다. 익명을 요구한 신촌 모 호프집 주인(67)은 “최저임금 다 챙겨주면 남는 게 없다”고 잘라 말하며 “신촌주변 상권은 지금 다 무너져가는데 이렇게 최저임금만 자꾸 올리고 무조건 지키라고 하면 우리 (업주들) 다 죽으란 소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최저임금 보장 의무에 소홀했던 한국 사회의 관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8년 전 강남 한 피시방에서 시급알바를 한 이상욱(27.남)씨는 “8년 전에도 당시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의 시급을 받고 일했다”며 “한국에서는 업주도 최저임금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고 시간급근로자도 최저임금을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중국인 유학생도 최저임금선 붕괴에 한 몫 했다. 2004년 1만2000여 명이었던 중국인 유학생 수는 5년이 지난 올해 들어 5만 여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따지기는커녕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어서 업주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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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최저임금기준이 실질적으로 무너진 데 대해 노동부 근로기준과의 한 담당자는 “홍보나 단속 이외에는 마땅히 적발할 방법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7843개 업체를 조사해 그중 320개의 업체를 최저임금 지불 불이행으로 단속했다”며 “현재는 대학생 알바가 늘어나는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최저임금 취약 업종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부의 미온한 대책이 오히려 최저임금 불이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1차 단속 적발 시 권고 등 시정조치만 할뿐 형사처벌은 2차 적발 때부터 실시하기 때문이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한 번 걸리면 그때부터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근로기준과 담당자는 “1차 적발부터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편”이라며 “대신 1차 적발 시 한 번 더 적발되면 시정조치 없이 바로 형사처벌 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무리 작은 업체의 시급알바라도 근로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경우 각 지방 노동청에 신고하면 불이익을 본 액수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201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75% 인상된 시급 4110원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