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를 가다<하>
세계2위의 다국적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는 싱가포르에 3개 해외 사업부를 두었다. GSK 신약생산공장은 지난 1962년에 세워져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위장약 '잔탁', 항바이러스제 '리렌자' 등 10여개의 의약품이 생산돼 전 세계로 공급된다.
2005년에는 R&D(연구개발)센터를 세웠고 최근에는 백신생산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GSK의 차기 주력제품인 폐구균백신 '신플로릭스'를 생산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싱가포르가 급성장하는 아시아 지역의 물류 요충지로 언어 장벽이 없고,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어 좋다고 설명한다.
주목할 부분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다. 단순히 원료의약품을 들여와 제품을 생산, 해외로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신약개발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싱가포르 정부는 바이오메디컬 R&D의 중심인 바이오폴리스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연구를 제품(돈)으로 연결=바이오폴리스의 '모든 것'은 정부기관인 과학투자청(에이스타)에서 관장한다. 공동 시설 운영, R&D 계획 수립 및 감독, 기술이전, 인재 유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에이스타의 역할이다. 에이스타 산하에는 바이오기술연구회(BMRC)와 과학기술연구회(SERC)가 있어 각 부분의 공공부문 R&D를 주관한다. 이들 두 기관은 중복연구를 막고 산업 수요 등을 살피는 R&D 컨트롤타워다.
에이스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이오폴리스 내에서 얻어진 연구 결과를 특허 및 지적재산권 취득으로 이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ETPL(Exploit Technologies Pte Limited)이라는 기관을 따로 뒀다. 특허권의 15%는 ETPL이 가져간다.
과학자는 자신의 R&D 결과가 상품화로 연결되고, 싱가포르 정부는 특허권을 얻고 산업개발을 촉진할 수 있으니 서로 보탬이 된다.
◇교육과 R&D, 임상의 유기적 연계=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 이니셔티브' 계획을 추진, 세계적인 기업과 인력을 끌어 모았다.
2005년까지의 1단계 계획에서는 다국적 기업 유치, 해외 대학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화이자, 쉐링푸라우, 노바티스 등 세계 20위 다국적 제약사 중 8곳이 싱가포르에 연구소나 생산시설을 세웠다. 론자의 아시아 최대 생산 공장이 있는 곳도 여기다.
독자들의 PICK!
2010년까지 추진되는 2단계 계획에서는 R&D와 임상 간 연계 강화, 병원에서의 임상연구 등에 방점이 찍혔다. 바이오폴리스 내 기업, 연구소가 근처 대학, 병원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만든 것이다. 교육(인재공급)에서 기초연구, 임상, 제품화의 산업 고리를 완성한다는 의도다.
현재까지 싱가포르의 계획은 성공적이라 평가받는다. 2000년 60억 싱가포르 달러에 불과하던 바이오메디컬 생산액은 연간 240억 싱가포르 달러 안팎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 GDP의 6%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클러스터 승부수=한국도 싱가포르처럼 의료.의약품 분야 첨단제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병원과 기업, 연구소가 집적된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8월 경북 대구와 충북 오송을 조성지로 선정하고 올해 말까지 세부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핵심 인프라를 제공, 아시아 최고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를 만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싱가포르가 작은 국토와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이점과 언어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듯 한국도 장점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