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를 가다<중>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에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개발(R&D) 센터는 아시아 최초의 전임상(동물임상)센터다. 중국 상해의 R&D센터와 함께 아시아 신약개발의 양대 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50명의 연구자 가운데 64%가 외국인이다. GSK 본사가 있는 영국출신이 가장 많지만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도 있다. 다양한 국적은 그만큼 세계 곳곳에서 인재를 유치하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의미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큰 규모를 가진 아시아의 도시국가다. 인구도 자원도 많지 않은 싱가포르가 바이오메디컬 산업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재정적 이유)과 삶의 질, 그리고 과학적 분위기다." 한 바이오폴리스 입주기업 관계자는 '왜 싱가포르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아낌없이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교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몸만 와서 연구하세요"=바이오폴리스는 전원만 연결되면 바로 가동된다는 뜻의 '플러그&플레이(plug & play) ' 정신으로 운영된다. 몸만 오면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폴리스에서는 민간 기업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기본 설비와 동물 자원 등이 지원된다. 경제개발청(EDB) 관계자는 이를 "과학자들은 '튜브(시험기구)조차 씻을 필요가 없다"는 말로 요약했다.
일례로 기업들은 따로 실험용 동물을 기르지 않아도 동물실험을 할 수 있다. 동물을 먹이고 관리하는 일은 모두 과학기술청(에이스타)이 한다. 이는 동물시험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비용 부담이 큰 부분이다.
R&D의 핵심은 인적 자원 공급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과 협력을 맺었다. 인재 유인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장학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2015년까지 1000명의 박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총 8년을 지원하는데 공부하는 장소나 국적은 상관이 없다. 단, 지원이 끝나면 싱가포르로 오는 것이 조건이다.
◇쾌적한 정주 조건=싱가포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원노스에서 일하고, 살고, (삶을)즐기자'는 개념으로 '워크, 리브&플레이@원노스(Work, live and play@One north)'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독자들의 PICK!
원노스란 바이오폴리스와 퓨저노폴리스가 있는 지역으로 북위 1도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싱가포르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사무실과 호텔, 가게, 각종 편의시설과 놀이시설 등을 세웠다. 두 폴리스에서 일하는 연구자의 일상생활도 배려한 것이다. 교통편의를 위해 두 폴리스와 창이공항 및 싱가포르 내 다른 역들을 연결하는 MRT(전철) 순환선도 개발된다.

이런 조건을 갖춰 과학자를 모은 결과, 바이오폴리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사이언스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GSK의 네일 밀러 연구이사는 "근처에 대학과 병원 등이 많아 교류가 쉽고, 다양한 과학자 풀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를 쓰기 때문에 외국인이 살기 불편하지 않고 학교 수준이 높은 등 생활여건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입주 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이 잘 보호되고 있으며 인허가나 R&D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국제기준이 잘 지켜지는 점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밀러 이사는 "2005년 바이오폴리스에 입주한 뒤 5년간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며 "내년이면 재정지원이 끝나지만 계속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DB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비행기로 7시간 내 30억의 인구가 사는 교통의 요지"라며 "접근이 쉬운데다 다양한 아시아 인종으로 구성돼 있어 질병 연구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 사용국가로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고 살기에도 좋은 나라"라며 "우리가 가진 이점을 최대한 살려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육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