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또다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재정부 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참석을 두고 갈등을 빚은지 채 두 달도 안 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발단은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9일 발언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가진 만찬에서 윤 장관은 "정부 관료들도 청문회를 하고 있고, 한은 총재라는 자리의 지위와 권한 등을 감안할 때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총재의 경제관을 확인하고 자리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10일 한국은행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한은 공보실 고위관계자는 "윤 장관이 어떤 배경에서 발언을 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발언과 별도로 한은 내부에서는 인사청문회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도 보장돼야 하는 데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경우 정치권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한은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정치권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윤 장관의 발언은 정치권에서 한은 총재를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한은 총재를 넣고 인사청문회법 부칙에 시행시기를 '즉시시행'으로 명기해 3월 말 임기를 마치는 이성태 총재 후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기 유력 총재후보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청문회 성사에 더 집착한다는 해석도 있다. 윤 장관은 만찬자리에서 어 위원장이 한은 총재 물망에 오르는데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