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 속내는?

재정부,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 속내는?

여한구.배성민 기자
2010.01.07 15:33

재정부 "한은과 공조강화 차원", 금리인상 저지 의지 표현 시각도

정부가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정례적으로 행사키로 함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금통위 회의 결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8일 금통위부터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정부 대표로 참여하게 된다.

◇금리 결정에 정부 입장 개진=재정부의 공식 입장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부와 한은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참석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금통위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확보된만큼 정부가 금통위에 참여할 정도로 여건도 성숙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정부와 한은이 금리를 놓고 수시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점을 감안하면 재정부 설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실제 정부의 '열석 발언권'이 신설된 1998년 이후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여한 적은 단 4차례에 불과하다.

재정경제원 시절인 당시 정덕구 차관이 98년 4월과, 99년 1월 2차례 등 3차례, 99년 6월 엄낙용 차관이 1차례 참석한 게 전부다. 그나마 2번은 취임 인사차 참석했고, 금리를 둘러싼 정부 입장을 개진한 적은 없었다.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한은과 갈등이 확산됐던 지난해 3~4월에도 '열석발언권' 행사 움직임이 있었지만 재정부는 한은과의 관계를 고려해 포기한 바 있다.

재정부는 그러나 이번에는 충분히 예상되는 한은의 반발을 뒤로하고 ‘한은법 91조’에 보장된 열석발언권을 행사키로 하면서 금리 결정에 관련해서도 정부 입장을 확실히 밝히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대로 한은에 금통위 정례 참석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사전 합의는 없었다는 의미다.

◇약발 먹힐까=정부의 금통위 참여가 확정된 만큼 정부 의견이 금통위에서 어느 정도 수용될 지 여부가 관심사다.

정부와 한은 안팎에서는 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의결권이 없는 만큼 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아니라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간부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의 의사가 미치는 영향이 막강한 만큼 발언권만 있지 의결권이 없는 정부 의견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금통위원들의 권한이 보장돼 있는 만큼 결정과 의견개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과 금통위원들이 정부의 정례 참여에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부 차관의 발언에 재정부 단독 입장이 아닌 정권 상층부의 의지가 실려 있는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추가적인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상을 유보해야 한다는 재정부와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의 한은이 금통위에서 격돌할 경우 두 기관의 갈등구조가 고착화될 여지도 상당하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은에서는 이성태 한은 총재 임기가 마무리되는 3월 이전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이를 막으려고 11년이나 묵혀뒀던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 개최일 직전에 참석 사실을 알려오고 실제로 참석해 발언하겠다고 하는 것은 금리 결정에 대한 희망이나 일상적 언급 이상으로 외견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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