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와 최고가 최대 수십배 차이..비교 의미 퇴색 불가
#유방성형술 120만~600만원
행동치료 2만~21만5000원
MRI(자기공명영상촬영) 31만~121만원
멸균드레싱재료 900~21만6000원
모 대학병원에서 공개한 비급여 진료비 내역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같은 시술과 검사, 재료지만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술에 들어가는 품이나 재료가 달라질 수 있어 최저가와 최고가식으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 치료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일률적으로 할 수는 없는 만큼 시술과정에서 추가되는 비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특정 가격으로 한정지으면 분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최고 수십배까지 가격 차이가 나는 만큼 "공개 하나 마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병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의원은 병원 내부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과 각각의 진료비를 공개토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비급여 진료비를 일반에게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 이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어길 시 시정명령을 내리고 벌금 300만원의 과태료나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 기준이나 형식을 마련해주지 않아 대부분의 병원들이 위 사례처럼 가격을 애매모호하게 공개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도록 단순 나열하기만 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맹장수술에 얼마, 암수술에 얼마 식으로 포괄해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 수술한 의사 수고료와 검사비, 약값, 치료 재료값 등을 각각 별도로 산정해 각각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특정수술을 싼 가격에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싶다면 의사의 수술료와 받아야하는 검사 종류, 들어간 모든 약과 치료재료 등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검사나 약제, 치료재료가 쓰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려 없이 항목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어 환자가 그 항목만 보고 자신의 진료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 종류나 진료과별로 정리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정해진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며 "환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일텐데 환자들이 더 편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의학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게시하는 것도 문제다. 영문명을 번역없이 그대로 올려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번역이 불가능한 고유명사라면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적용되는 시술 또는 검사인지에 대한 설명이라도 덧붙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당초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도록 한 것 자체가 헛수고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제도가 자리를 잡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면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환자가 보기 편하게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치과 등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의료기관의 경우 대부분 의원급의료기관이라 직접 찾아가야만 진료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가 개설되는 움직임도 있지만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수수료를 받을 경우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의료기관이 나서서 경쟁의료기관과 비교하며 가격이 싸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도 의료법에 위반된다.
압구정동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손 놓고 있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