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차관회의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간 입장차가 현격하다는 걸 재확인했다. 의제선점을 위한 양측의 견해차가 상당히 컸다."
지난 주말 송도에서 열렸던 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의 공동의장을 맡았던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의견조율이 G20 정상회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G20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커질 수 밖 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번 회의를 주관했던 재정부 관계자들은 금융규제, 글로벌 안전망 구축 등 현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를 조율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선진국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국격 향상의 계기로 삼겠다는 한국 입장에선 선진국과 신흥국간 의견 조율이 초미의 화두로 떠올랐다.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주요 8개국(G8) 회의를 대체하는 실질적 권력기구로 부상했다. 하지만 기존 G8 국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꾀하고 있다. 반면 신흥국들은 이번 위기를 세계 경제에서 발언권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 3차례 G20 회의가 글로벌 위기의 폭풍우 속에서 개최돼 이견이 나올 여지가 적었다면 올해는 위기가 수면 아래로 잠복했기 때문에 서로의 잇속을 차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 밖 에 없다. 한국으로선 조정자 역할에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할 중책을 맡은 실무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은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위해 겪어야할 기회비용이다. 특히 신흥국에서 선진국 문턱을 향해 가고 있는 한국의 경험은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의견 조율에 최적일 수 있다. 한국이 성공적인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앞으로 이 같은 역할은 우리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위기가 진정되면서 각국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점은 일치감치 예견됐다"면서 "국제무대에서 이런 거대 회의의 중재자 역할을 맡는 게 처음 인 만큼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