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지금은 싫다고? 진짜 이유를 말해요”

"결혼, 지금은 싫다고? 진짜 이유를 말해요”

변휘 기자
2010.06.15 09:41

[결혼전쟁]<2-1>결혼 못하는 남자들의 항변

[편집자주]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내 능력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성격이? 결혼하기 싫다는 애인, 이유를 모르겠어요"

결혼을 앞둔 남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랑의 종착점은 결혼'이라 전통적 명제를 앞세우다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무안당하기 일쑤다. 결혼이 필수적인 통과 의례라는 관·혼·상·제의 '사례(四禮)’ 목록에서 빠진 지도 오래다. 사랑하기는 쉬워도 결혼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집에서는 왜 장가를 가지 않느냐고 보채지만 애인에게 '손에 물 안 묻히게 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여자가 없어서, 여자가 있어도 결혼하기 힘든 '더러운 세상' 앞에서 남자들의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1-1>"돈있고 애인 있는데 결혼 왜 해요?"

<1-2>"나처럼 살지마라" 결혼 말리는 엄마

<1-3>"몇 살부터 노처녀예요?"

◇"그래도 집 장만은 남자의 몫이잖아요"=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캠퍼스커플로 만나 6년째 사귀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아직 청혼을 못했다. 명절 때마다 찾아뵙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은근히 결혼을 보채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 나는 가진 게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대학 졸업 후 3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겨우 직장생활 2년차인데 돈을 모았으면 얼마나 모았겠어요. 여자친구 직장 때문에 서울에 집을 얻어야 할 텐데 아무리 집값이 싼 동네도 작은 아파트 전세가 1억 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부모님께 손을 벌려도 정도껏이지, 2~3년만 기다려주면 좋겠지만 여자친구는 나이가 있으니 미안하고. 함께 마련하자고는 말 못해요. 그래도 집 장만은 남자의 몫이잖아요"

◇"결혼보다 꿈이 중요한 애인, 포기할 수밖에"= 경제력이 이유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애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남자들의 또 다른 항변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박모(35)씨는 지금의 아내에게 말 못한 비밀이 있다. 3년 넘게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으로부터 결혼을 불과 3달쯤 앞두고 파혼을 통보 받은 경험이다.

"20대 후반에 만나 3년 넘게 만났고 약혼을 했어요. 그 사람이 2년 동안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었죠. 그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경쟁률이 높았던 사내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나중에 들었지만 직장 상사도 '결혼을 앞뒀으니 포기하라'고 종용했는데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경쟁해서 따냈다고 고백하더군요. '연수 가는 걸 인정하거나 아예 결혼을 미루는 건 어떻겠냐'는데 어이가 없었어요. 한참을 다투다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죠. 오히려 그 사람의 부모님이 제게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남자도 결혼 안 하는 거다"= IT기업에 근무하는 정모(30)씨는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감각이 없고 허영심만 높은 여자들과는 만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남자도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것. 정씨의 경계대상 1호는 '부담스러운 여자'다.

"외모나 성격은 맘에 들어도 지나치게 자신의 생활방식만을 고집하는 사람,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은 싫어요. 연애나 결혼은 함께 하는 거잖아요. 함께 그려야 할 미래를 자신의 취향이나 경제적 기대치에 맞추려는 태도가 싫다는 거죠. 소위 '골드미스'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평생 뼈 빠지게 고생하느니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해요"

◇'결안녀' 비판 못하는 소심한 '결못남'=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이선웅 대표는 "전통적 결혼관은 주택 마련 등 가정 부양의 책임을 남자에게 부여하고 여성에게는 가정 유지의 부담을 줘 균형 이루고 있지만 최근 남자의 책임은 크게 변하지 않은 반면 여자의 가정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기 때문에 남녀간 인식의 불균형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여성 주도의 성 역할 변화가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인식 불균형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성취도가 높은 미혼 여성은 '골드미스'로 불리며 여권 신장의 긍정적 사례로 대변되지만 배우자의 꿈이나 경제적 기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쪼잔'하고 능력 없는 남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 결혼 안 하는 여자를 드러내놓고 비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이 아이의 출산과 보육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남성들은 더 나은 경제적 기반 마련을 목표로 결혼을 미루고 있다"며 "'결못남'의 양산은 결혼과 자녀의 출산, 교육문제까지 이어지는 고비용 구조를 함께 풀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정의 성립보다 개인의 자아실현에 무게를 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결혼이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결혼이 싫진 않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들은 항변한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말을 되풀이 하지 말고 분명한 이유를 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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