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별들이 한국에 모였고 한국은 세계의 중심에 자리매김했다.
서울 제5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11일 오후 6시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개막됐다.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의 지적처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나라가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변신’에 성공했음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막을 여는 자리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세계 경제의 앞길을 가늠할 중요한 결정을 하는 회의를 박물관에서 펼쳐 보이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경제적 자산감에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까지 한껏 발산했다.
개최국 수장으로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이명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이번 회의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 글로벌 경제가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식민지 시절 열사들이 약소국의 설움을 ‘호소’하러 다니 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차원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각각 지난 8일과 9일부터 열린 차관회의와 셰르파 회의는 개막 전까지 환율, 경상수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상선언문 초안에 합의하지 못해 정상들의 ‘1박2일’이 험난한 여정임을 드러냈다.
‘정상들의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라는 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의 표현처럼 20개국 정상들은 핵심 쟁점 문제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짧지만 굵직굵직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부터가 만만치 않게 분주했다. 의장국 어드밴티지를 적극 활용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핵심 의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정상들을 1시간 간격으로 만났다.
각국 정상들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끈 것은 G2(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었다. 환율전쟁의 두 축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에서 대승적 양보가 없다면 정상회의의 성과는 없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발언은 긍정적 기대를 낳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 시스템 개혁과 중국 경제의 개방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양국이 진전을 보았다"고 말했고 후 주석은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와 상호 협력 증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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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이 이날 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위안화의 빠른 절상과 경상수지 목표제를 용인하는 대신 자국으로의 핫머니 유입 방어책 추진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빅딜'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브리핑을 갖고 “환율 갈등과 세계 무역불균형 등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속단은 이르다. 미국의 양적 완화를 환율조작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실바 브라질 대통령,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워낙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각국 정상들이 차관회의와 셰르파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세계 경제와 프레임워크’ 의제를 다루는 업무만찬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차관들과 셰르파들은 정상들의 논의에 기초해서 밤샘회의를 이어갔다.
결론은 12일 오전 9시에 다시 열리는 ‘제1세션(세계경제와 프레임워크II)’에서 내려지게 된다.
차관회의와 세르파에서 갈등을 최대한으로 고조시킨 뒤 클라이맥스에서 각국 정상들이 손을 맞잡는 패턴이 이번에도 나타날지, 그래서 ‘세계 최고의 경제 연주회’를 지휘할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