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삼성硏 거시경제실장 "추세적 장기 저성장 불가피"
"미국이 더블 딥(double-dip)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빠져 나오는 과정은 길어질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 사진)은 2일 미국 경제가 1, 2분기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지만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더블딥이라면 기본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하는데 하반기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좋지 못했던 2분기는 일본 대지진, 유가 상승, 유럽 재정위기, 미국 부채한도 문제 등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으로 이런 악재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어느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권 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추세적으로 길게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 지난해 미국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빠져 나오면서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미국의 장기 추세적 저성장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2000년대 선진국들이 인위적인 고성장 정책을 썼고 그 반대급부를 지금 겪고 있다"며 "해결방법은 외환위기 당시 우리처럼 고통스럽지만 짧고 굵은 구조조정을 하든지 아니면 '고통은 작게, 대신 길게 고생하는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제에 공짜는 없는 만큼 미국이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 이상 성장부진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수출 주도형의 우리 경제에 미국의 부진은 영향을 미칠 수 밖 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는 게 권 실장의 전망이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의존도를 줄였기 때문에 선진국의 장기 저성장으로 인한 악영향이 반감된다는 것. 권 실장은 "현재 우리 경제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진단했다.
권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선진국보다 신흥국 위기를 꼽았다. 그는 "신흥국, 특히 중국이 언제까지 계속 고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며 "언젠가 한번은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중국 고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대비해 다른 신흥국들을 공략해 시장을 다변화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