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백화점,시장논리 인정하지만 금도 지켜야

[기자수첩]백화점,시장논리 인정하지만 금도 지켜야

전혜영 기자
2011.10.25 17:24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일 백화점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에 판매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주길 원했지만 이익 감소를 우려한 업체들이 강경하게 버티자 '압박 모드'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해외명품, 국내 유명브랜드, 중소 납품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잇따라 실시해 중소 업체들이 해외 명품업체 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해외 명품브랜드는 17%, 국내 유명브랜드는 28%, 중소 납품업체는 32%의 평균 수수료를 각각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업체들은 여기에다 판촉사원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 판매촉진비용 등 추가 비용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외 명품업체들은 인테리어 비용의 전액 또는 상당 부분을 백화점이 부담했다. 특히 브랜드력이 높은 상위 3개 업체는 백화점에서 8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명품 업체들도 절반 가까이를 백화점이 비용을 부담했다.

이 같은 차별적 행위에 대해 백화점 업계는 시장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익이 많이 나는 곳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품업체는 수수료를 대폭 할인해서라도 백화점으로 유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에까지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소업체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를 인하하는 공정위의 압박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정부'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정위의 반박은 심플하다. "시장경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대형업체에 대한 특혜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反) 월가 시위 요지와 비슷한 맥락이다. 1%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요약하면 '동반성장'이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영세 사업자의 수수료를 낮춘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실태 결과를 발표한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 납품업체의 상당수가 조사에 임할 때 부담스러워 했다"고 털어놨다. 실태조사에 응한 사실이 백화점 업체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대형유통업체들이 '관치' 혹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항변으로 버티기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