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은 독일...왜?

'고졸채용'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은 독일...왜?

프랑크푸르트(독일)=정진우 기자
2012.07.04 05:55

[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1>-②[인터뷰]독일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

↑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정진우 기자
↑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정진우 기자

"독일에서 교육이란 건 '산(産)·학(學)' 연계를 뜻합니다. 그 어떤 철학적인 측면보다 실용적인 형태의 교육을 중시합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독일식 교육 안에는 한 인간이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과 더불어 직업 선택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은 독일의 교육을 이렇게 정의했다. 독일의 학문이 산업과 촘촘하게 잘 연결돼 있고, 그것이 독일 교육 시스템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결국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실용적인 학문을 접하는 과정에서 직업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게 독일 식 교육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열린 고용'을 화두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고졸 채용이 독일에선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독일의 교육 현장에서 30년간 몸담아온 그로스 교장이 전하는 '독일식 열린 고용'에 대해 들어봤다.

- 독일의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열린 교육'의 모범 사례로 유명합니다.

▶ 학생들이 공부면 공부, 기술이면 기술 그 어떤 분야라도 배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합니다.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움직입니다. 다만 공부가 됐든 기술이 됐든 그 안에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과정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결국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해 줍니다.

- 독일식 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 실용주의입니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건 가치가 없다고 생각을 하죠. 독일이 전후 폐허에서 경제대국으로 다시 우뚝 일어선 것도 실용성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공업국가로 탈바꿈했고 기술이나 기능을 중시하다보니 국부가 증가하게 된 것이죠. 또 어릴 때부터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걸 선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독일의 모든 교육이 그렇습니다.

-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보통 진로가 결정된다고 들었습니다.

▶ 전통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정착됐습니다. 교육학적 의미에서 보면 비교적 나이가 들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도 하는데, 독일식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4학년 때 이미 자신의 진로를 정하게 됩니다. 대신 선생님이 몇 년 동안 그 아이를 꾸준히 지켜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좋은지 추천을 하고, 부모들이 결정을 합니다.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직업교육을 받는 겁니다. 그래서 실업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이 가능한 겁니다. 물론 나중에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정진우 기자
↑ 리베르츠 그로스 안네 프랑크 레알슐레 교장ⓒ정진우 기자

- 독일에선 한국의 고졸채용이 자연스러운 문화군요.

▶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학교만 졸업해서 취업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를 더 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실습 교육을 많이 받습니다. 2년 이상 기술을 습득하기 때문에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할 수가 있죠. 실습 역시 하나의 교육제도입니다.

-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많나요

▶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50%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바로 직업을 갖기 위해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죠. 기술 교육을 시키는 학교마다 직업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부모들의 의식이 중요합니다. 자기의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 일수록 오히려 선택을 빨리 합니다.

- 그렇다면 이 학교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 우리 학교는 인문반과 기술반으로 나눠져 있는데, 70% 이상이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으로 갑니다. 기업들도 우리 졸업생들을 많이 받아줍니다. 우리 졸업생들 중에 은행권이나 보험회사로 진출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지역만 해도 460개가 넘는 금융회사가 있는데, 수요가 많다보니 우수 인재를 육성하게 됩니다. 최근엔 엔지니어 쪽으로도 많이 갑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느 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지 상담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독일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게 좋은 교육제도 덕분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 물론 맞는 말입니다. 독일 교육제도가 졸업과 동시에 끝난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계속 교육을 필요로 하게 합니다. 사람들이 계속 배우고 연구하기 때문에 인재들이 많은 것이고, 그 인재들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다보니 독일 경제가 좋은 겁니다. 특히 그 인재들이 중소기업에도 많이 갑니다. 실업학교와 직업학교 등에서 오랜 기간 실력을 쌓다보니 기술력이 뛰어납니다. 그런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들어가니까 허리가 튼튼한 겁니다.

- 독일 정부의 교육정책에 만족하나요. 혹시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특별히 독일 교육 정책에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 반에 지금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는데, 너무 많다고 봅니다. 15명 정도 되면 교사와 학생이 좀 더 질 좋은 교육을 나눌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선 아쉽습니다. 학생 수가 많다보면 복합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선생님 위주로 교육이 됩니다. 심리적인 교육이나 사회 협력 분야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많으면 그게 안됩니다. 학생 수가 많으면 양질의 교육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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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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