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던 이달 초 서울 공릉동한국전력(43,550원 ▼950 -2.13%)연수원에선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실내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한전 직원이 정신을 잃고 갑자기 쓰러진 것. 이 직원은 119구조대의 심폐소생술을 통해 정신을 되찾았지만, 자칫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었다.
이날 교육장내 온도는 34도였지만,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많은 탓에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다. 회사의 절전정책상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채 수업을 진행하다 직원이 참변을 당할 뻔 했다. 화들짝 놀란 한전에선 급히 교육장 에어컨을 가동했고, 이후에도 수업 중 냉방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를 팔면서 "아껴 쓰라"고 외치는 한전이 전기를 너무 아끼다 벌어진 사고다. 국민들은 이런 한전을 안쓰럽게 보면서도 공감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그동안 전기요금을 꼬박꼬박 받아가 놓고는 전력난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무조건 절약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협조 덕분이었을까. 매일같이 전력수급 비상사이렌이 울리고 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넘기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국민들이 전기를 아끼는 게 발전소를 짓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국민발전소란 신개념 절전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겨울이다. 때 이른 무더위 탓에 발전소들이 지난 5~6월 예방정비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다.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봄과 가을엔 정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특히 올 가을 주요 발전소들이 한꺼번에 정비에 들어가면, 겨울을 앞두고 전력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 늦어도 11월 중순까진 정비가 이뤄져야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의 예측실패로 비롯된 전력난 탓에 올 겨울도 국민들만 "절전하자"는 소릴 들으며 고달프게 생겼다.
광복절에 일본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일본은 원전 54기를 모두 멈췄는데도 전력예비율이 남아돈다. 그동안 치밀하게 화력 등 다른 전력설비를 늘려 공급여력을 마련했고, 정부 주도로 절전의 생활화가 이뤄져서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정부가 전력문제 만큼은 일본의 체계적인 전력수급 대책을 꼼꼼하게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만 벗어나면 된다는 식으로 무조건 "아끼자"고만 한다면 전력난은 매년 되풀이 될 것이고, 지친 국민들도 정부의 절전 정책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