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점빵 문만 열면 뭐하겠노'

[기자수첩]'점빵 문만 열면 뭐하겠노'

세종=박재범 기자
2013.02.27 16:56

"점빵 다 열려 있드만"

경남 하동이 고향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투리 억양을 보태 던진 말이다.

취임 첫날인 27일 세종청사를 찾은 자리에서다. '점빵'은 가게를 뜻하는 '점방'의 경상도 사투리 표현.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것을 빗대 '휴업'이란 지적이 나오자 가게 문 열려 있다고 받아친 거다.

하지만 속으론 걱정이 태산 같다는 게 옆에서 보기에도 완연해 보였다.

문만 열어놨다고 해서 가게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새 정부의 상황은 '개점휴업'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주문을 해도 그 내용을 받아 안기도 어렵다. 선행 학습하듯 준비할 여건도 안 된다. 최소한의 길잡이라도 있어야 예습을 할 텐데 그마저도 찾기 어렵다.

'바지 사장'이라도 사장이 있는 가게와 업는 가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부처의 장관은 그보다 더하다. 정 총리 스스로도 "부처는 당연히 장관 책임"이라고 말했다.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부처를 책임진다. 동시에 자신의 정책 구상을 그려 전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매긴다. 이게 없으면 사실상 업무 마비다.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기본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정 총리는 일단 차관 활용 방안을 내놨다. 28일 차관회의부터 소집했다. 차질없이 업무를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 성격이 짙다.

"떠나는 장관이 챙기기 어려우니 차관 중심으로 진행해보겠다"(정 총리)는 논리다. 차관이 최소한의 길잡이라도 해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궁여지책의 노력은 이해가 간다. '점빵' 문 열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차관들도 떠날 사람들인 게 문제다. 장관 인선까지 끝난 마당에 차관들이 바랄 '다음 꿈'도 크지 않다. '유종의 미'를 장관이 아닌, 차관에게만 강요하는 것도 어찌보면 넌센스가 아닐까.

정 총리는 "순리대로 장관 임명 뒤에 차관 인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기사 거리'가 되는게 지금 정부의 모습이다.

비정상적 상황이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5년 전 이맘때의 '비정상적 상황'에서도 '순리'보단 '실용'을 택하며 개점영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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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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