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예산 부족" 복지부 "순차 지급"

1살배기 딸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씨(36·서울 광진구)는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가 맥이 빠졌다. 어제(25일)가 '집에서 키우는 0~2세' 영아 양육비 첫 지급날이었지만 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어보려고 지역주민센터에 전화한 김씨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이런 전화를 하루 종일 받고 있는데, 예산이 없어서 (돈이)제 날짜에 못나갔다"며 "4월10일에 지급하거나, 4월25일에 3월분까지 몰아서 주겠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기간에 맞춰 신청했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있나"라며 "왜 지급을 하지 않는지도 전화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집에서 키우는 0~2세 양육비 지급' 사업이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첫달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일부 부모들이 제 날짜에 양육비 지급을 받지 못하면서 정부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만 0∼2세의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가정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양육수당을 지급받는다. 보조금은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10만원씩 주어진다.
지난해까지는 만 0~2세 영아를 둔 가정의 경우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면 정부가 '종일반' 기준 보육비를 전액 지원했지만,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경우에는 차상위계층(소득하위 약 15%)과 장애아동 가정 등을 제외하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보육료 예산이 2조5000억원, 양육수당은 8800억원으로 각각 확정됨에 따라 해당 사업이 3월부터 시행된다고 홍보하고 2월까지 지역주민센터를 통해 사전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시·군·구 단위로 지급하기로 한 양육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복지부가 수요 예측조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해당 사업에 들어갈 예산에 대한 예측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들의 PICK!
복지부 관계자는 "양육비 지급은 1년 단위이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3월에 지급이 안 된 경우는 4월에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4월 말쯤이면 얼마가 지급됐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5일 지급이 원칙인데 안 되면 추가지급 하도록 하고, 그럼에도 지급이 안 되면 다음 달에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했다"며 "업무량이 예전보다 많은 경우도 있고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급이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은 따로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