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를 쓰고 싶어도 회사 눈치를 보느라 못 쓰는 게 문제 아닌가?"
"기업은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 기업 스스로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지난 4일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놓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자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고용률70%'는 박근혜정부가 숫자를 제시한 유일한 공약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로드맵을 발표하며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표현했을 정도의 최우선 국정과제다.
그러나 전 부처가 총 동원돼 내놓은 로드맵에선 절박함을 찾기 어렵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된 '장시간 근로개선'이지만, 육아휴직이나 연차휴가 부문만 봐도 '사용 장려' 수준에 그쳐 기업이 이를 따를지 의문이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대상 아동 연령을 6세에서 9세로 확대하고, 출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의 '표준신청양식'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경력단절이 생기는 근본적 이유는 휴직 허용 대상 아동의 연령이 너무 낮아서도, 표준신청양식이 없어서도 아니다.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사내에서 뒤처질 것 같은 걱정에 쓰지 못하는 부분이 더 크다.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방 장관은 "9세까지는 부모에 대한 어린아이들의 보육 수요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기 힘들고 경력단절이 발생한다"는 답을 내놨다. 자동육아휴직에 대해선 "기업CEO의 인사 관리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차휴가 사용 장려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더 엉뚱하다.
사용자가 2개월 전 휴가사용 시기를 지정통보하면,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사용자의 금전보상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 기업 입장에서는 통보만 하면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상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돈을 더 받으려고 연차휴가를 포기하고 일을 하는 근로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눈치 때문에 연차 휴가를 쓰겠다고 당당히 말을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방 장관은 "기업이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라고 답했다.
문제의 핵심은 '눈치'다.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가장 큰 문제이고, 휴직 대상이라든지 휴가신청서 등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을 위해 육아휴직과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써야 한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이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사용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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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로드맵을 설명하면서 "과거에는 일자리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모색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장시간근로의 근본적인 문제를 기업 자율에 맡겨놓고 '스스로 해주길' 기대만한다면 고용률 70%는 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