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 길수록 기초연금 줄어드는 구조…임의가입자 '탈퇴' 재현될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정부의 차등지급안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지급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성실 가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후폭풍의 핵심. 가입 기간이 긴 50대 이하 가입자들의 불만이 특히 높은 상황이다.
◇기초연금, 50대 이하는 '20만 원' 남 얘기
나이 서른인 사회 초년생 A씨는 월 200만 원 월급을 받으며 9만 원(월급의 4.5%, 나머지 4.5%는 회사가 지급)의 국민연금을 매달 납부 중이다.
현재와 같은 월급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계속 납부되면 A씨는 35년 후(정년 이후까지 일한다는 가정)가 되는 65세부터 월 72만 여원을 받고 2028년부터 20만 원으로 올라 일괄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이 원칙인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A씨는 기대보다 반 토막 난 1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아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는 기초연금 수급자의 90%, 전체 노인의 약 60%가 기초연금 지급 최대 금액인 20만 원을 받게 되지만 가입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50대 이하의 젊은 세대는 A씨처럼 기초연금 최대 금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물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면 길수록 국민연금 수급액도 높아져 기초연금과 합한 절대적 공적연금 지급액은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8년 이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기초연금은 월 6700원 감소하지만 국민연금은 월 1만 원 증가한다"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는 3300원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월 3300원 이득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임의가입자 탈퇴 '러시' 또?…봉급자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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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게 받는 구조로 설계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험료 납입 부담이 큰 지역가입자 및 임의가입자의 국민연금 탈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 한다는 내용을 공개한 2월부터 7월까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2만210명이 썰물처럼 탈퇴한 상황이 또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이에 따라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국민연금 규모가 축소돼 가입 의무가 있는 월급쟁이들의 사회적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연금 전공 학자는 "지역가입자와 임의가입자의 탈퇴러시로 국민연금이 축소되면 결국 국민연금 의무가입자이자 세금을 성실히 내고 있는 월급쟁이들이 무연금자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사회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초연금 조세…국민 1인당 '88만원+α'내야
급격한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기초연금을 위해 국민 1명이 내야하는 비용은 2015년 17만4000원에서 2020년 24만6000원, 2040년에는 87만7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약대로 전체 노인에게 20만 원을 주는 것(2040년 141만8000원)과 비교하면 부담 비용은 낮아지지만 1인당 88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조세 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 2040년 1인당 약 88만 원의 기초연금 조세 부담액은 소요 재원을 단순히 전체국민수로 나눠 나온 수치다. 실제 세금을 낼 수 있는 소득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부담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기초연금과 묶인 국민연금…공무원 연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연계돼 공동운명체로 출발하게 됨에 따라 국민연금(평균 월 84만 원)보다 수령 금액이 월등히 많은 공무원연금(평균 월 200만 원) 등 특수직연금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993년부터 만성 적자인 공무원연금 보전을 위해 올해에만 1조90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2030년에는 14조9600억 원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수직연금 수급자와 그 배우자는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만약 기초연금과 연계한다고 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연계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사회 전반의 '고령자 부담부양'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무원연금의 개혁 분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