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까지 올라간 '밀양 송전탑', 신기한 표정의 외국인들

[르포]대구까지 올라간 '밀양 송전탑', 신기한 표정의 외국인들

대구=정진우 기자
2013.10.13 19:54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13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17일까지 60개 세션 등 다양한 행사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서 시위하는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사진= 정진우 기자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서 시위하는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사진= 정진우 기자

13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EXCO) 앞. 수백명의 외국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소속을 알리는 비표(출입증)를 목에 걸고 다녔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동과 동남아까지 출신 나라가 다양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반했는지,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로 엑스코 주변 야외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간혹 대구 시민들도 보였는데 이들은 "대구에서 외국인이 이처럼 한꺼번에 많이 모인 건 2년 전 세계육상대회 이후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은 13~17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22차 세계에너지총회(WEC)'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WEC는 전 세계 정부와 에너지 기업, 국제기구, 학계 등 모든 에너지 분야 리더와 전문가들이 총 집결하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너지 국제회의다. 1924년 영국 런던에서 1회 WEC가 열린후 간헐적으로 개최되다가 1968년 이후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22회 WEC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다.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서 시위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사진= 정진우 기자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서 시위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사진= 정진우 기자

외국인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정문쪽을 바라봤다. 그쪽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었다. 30명 정도의 시위대 속엔 탈핵단체와 환경단체 등 외부세력들도 있었다. 이들은 외국인을 비롯해 외신기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낯선 풍경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시위는 길게 이어지지 않고 개막식 전에 끝났다.

한 주민은 확성기를 잡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탑 건설을 정부가 왜 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우린 보상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다.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을 30분 앞두고 엑스코에 들어서자 전시 1관이 보였다. 이곳엔 미국과 유럽, 중동 등의 에너지 기업들이 각기 색다른 부스를 마련해 자사 제품 등을 전시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3층 전시관엔 중국 기업들만 따로 모아놨다. 에너지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 정책에 맞춰 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섰다. 풍력발전 관련 기계를 생산하는 STATE GRID는 풍력 단지를 축소해 놓은 곳에 자사 이미지를 세기고 관람객들에게 이를 알렸다.

중국 풍력발전 개발 회사의 전시관/사진= 정진우 기자
중국 풍력발전 개발 회사의 전시관/사진= 정진우 기자

오후 6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개막식이 시작됐다. 개막식엔 70개국에서 3000명 정도가 참석했다. WEC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총리는 축사를 통해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회의를 대한민국 대구에서 개최하게 됐다"며 "에너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자원고갈 문제 등 우리에게 직면한 여러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들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기간 중엔 총 110개 나라 6000명이 대구를 찾을 예정이다. 이러다보니 대구 시내 특급호텔과 관광호텔은 이번주 빈방이 없다. 대구에 숙박 장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주나 부산 등 대구 인근 도시의 호텔을 숙소로 잡는 경우도 많다. 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등 대구 전역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빠 보였다. 가는 곳마다 대형 플래카드로 WEC를 환영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만 4835억 원에 이르고, 약 3863명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기성(가명, 53세)씨는 "아무래도 이런 국제 행사 같은 것을 많이 하면 관광객도 몰리고 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며 "경기가 침체돼 먹고 살기 힘든 지역에서 앞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 분야의 국제 위상을 확인하고 에너지 세일즈 외교를 강화할 계획이다. 총회엔 전세계 40개국 57명 장·차관, 6개 에너지 국제기구 사무총장 등 에너지 고위급 인사 60여명이 참석한다. 로얄더치셀 회장, GDF-SUEZ 회장, Rosneft 회장, 지멘스 회장, 아람코 총재, 동경전력사장, GE 발전부문 사장 등 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거물급도 한 자리에 모인다.

조환익 WEC조직위원장(한국전력 사장)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WEC를 개최함에 따라 국격을 드높이는 기회가 됐다"며 "한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시기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 글로벌 에너지 허브국가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기획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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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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