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사고' 검사 "세월호 참사, 아무것도 바뀐게 없다"

'삼풍 사고' 검사 "세월호 참사, 아무것도 바뀐게 없다"

이천(경기)=정진우 기자
2014.05.16 09:13

[인터뷰]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기본업무 혁신으로 제2세월호 참사 막자"

# 1995년 6월29일 목요일 오후. 그날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14층 복도에서 바라본 주택가 사람들의 일상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 후 구급차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망자 502명, 실종자 6명'. 단군이래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신축한지 채 5년이 지나지 않은 건물인데 안전기준이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어요. 부도덕한 건물주는 건축비를 아끼려고 대충 설계했더군요. 공사 중간 계획에 없던 증축 요청에 건설사가 위험하다고 거절하자 아예 건설사를 바꾸는 등 불법 용도변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졌습니다."

사고 당시 서울지검 형사1부 건축담당 주임 검사였던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19년전 최악의 사고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안전의식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년이 지났지만 낯설지 않은 기억. 데자뷰(Dejavu, 기시감)와 같다고 지적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원칙을 지키고, 각자 책임을 다하는 '기본'을 망각했기 때문에 악몽이 되풀이 됐다는 거다. 우리나라 전기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 사장을 만나 '안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국민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비교하면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 후진국이란 지적을 많이 합니다.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두 사고 모두 안전규칙이나 안전개념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그야말로 후진적인 인재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사회가 안전불감증에 노출됐다는 얘기죠. 안전의식이 없는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부터 반성합니다. 당시 검사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지만,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난걸 보면서 '그동안 내가 안전 사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 이번 참사는 국가적으로 커다란 상처와 반성의 과제를 남겼습니다. 관리·감독 기관의 직무유기와 부실 점검은 물론 재난 사고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과 시스템의 부재에 이르기까지 해결하고 보완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저도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 소홀한 점은 없는지, 기본 과업을 완벽히 숙지해서 바르게 수행하고는 있는지 또 긴급 상황발생 시에 복구 시스템은 신속히 가동시킬 수 있는지 등 공사 업무 전반에 대한 재검토 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을 말씀하시나요?

▶ 안전 사고는 늘 기본을 지키지 않을 때 찾아옵니다. 익숙한 일,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일수록 사고의 위험은 큽니다. 항상 방심과 부주의가 안전사고를 부르다고 보면 됩니다.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들에게 기본 임무에 충실하자고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기본임무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 중 안전'입니다. 이를 위해 현장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안전 확보를 위한 상시적인 현장지도 활동은 물론, 사내 교육과 근무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또 현장 직원들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고 있고,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현장에 나가는 직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가차없이 강도 높은 징계조치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 산업현장에서 직접 안전점검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회사에 와서 현장을 둘러보니 안전 확보를 위한 시스템이 충실히 갖춰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현장 직원들의 업무 수행 모습을 직접 살피면서 안전장비 착용 등 안전관리 규정을 점검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응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앞으로도 일선 업무 현장의 안전태세 강화를 위해 전국 6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현장 안전점검을 예고 없이 불시에 할 계획입니다.

- 전기안전을 비롯해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게 있나요?

▶ 전기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에너지 자원입니다.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에 따라 전력사용은 급증하지만, 안전의식은 미흡합니다. 실제 각종 캠페인과 홍보 활동에도 전체 화재사고 중 전기화재 점유율이 수년째 제자리걸음(20~22%대)을 하고 있어요. 안전은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안전에 ‘적당히’란 있을 수 없죠. 철저한 예방의식과 반복 훈련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경영방침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올해 2월 취임 이후 혁신과 신뢰, 소통에 기반한 ‘본(本) 경영 이념’을 세웠습니다. 기본(Basic) 임무에 충실하되, 항상 고객에게 열린(Open) 자세로, 현장 업무 수행에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하는 기업으로 새롭게(New) 태어나자는 의미입니다. 영어 'BORN'의 중의적인 의미도 함께 담았죠. ‘본 경영’을 뒷받침해나갈 기본적인 실천 방침은 혁신경영과 신뢰경영, 소통경영입니다. 결국 본연의 기본업무를 혁신하자는 뜻인데, 우리 사회가 이것 하나만 지켜도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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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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