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조 고용보험기금 중 고용촉진 활용도 낮아...中企지원 2600억 중 60억만 집행

정부가 고용시장 악화에도 고용보험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고용촉진 사업엔 2500억원이 넘게 배정돼 있음에도 아예 집행하지 않은 사례도 있고, 집행률이 1%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고용보험기금 2조5282억원 중 2월말 현재 4866억9000만원이 집행돼 19.3%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이란 고용안정과 고용촉진, 직업능력개발 사업, 실업급여, 자영업자 지원 등을 위해 고용부가 매년 적립하는 기금을 말한다. 총 13개 계정을 통해 56개 각종 사업을 지원하며, 그 해 남은 기금은 다음 해 기금으로 자동 편입된다.
머니투데이가 분석한 올해 고용보험기금 집행 실적은 외견상 양호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창출을 위한 사업에는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었다.
올해 지역고용촉진지원에 907억원이 배정됐지만 1월에 2억1000만원, 2월엔 3억1000만원 등 총 5억2000만원만 쓰였다. 집행률 0.6%로 초라한 실적이다. 1분기 집행계획인 628억300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2592억8000만원이 배정된 중소기업능력개발지원엔 60억원만 쓰여 2.3%의 집행률을 나타냈다. 1월엔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고, 2월에 60억원이 쓰였다. 1분기 목표액 1487억원을 채우려면 지난달에 1427억원이 집행됐어야 하는데, 목표에 훨씬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올해 능력개발융자지원엔 총 550억원이 집행돼야하는데 1월에 50억원이 쓰인 이후 2월엔 한푼도 활용되지 않았다. 그나마 고용창출지원사업과 고령자고용촉진지원은 각각 16%(900억6000만원 중 144억5000만원 집행), 17.3%(1460억3000만원 중 252억원 집행)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전체 집행률이 19%를 넘는 건 실업급여(32.1%)와 사업주능력개발지원금(23.7%) 등 고용창출과 거리가 먼 계정에서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들 계정은 매월 정기적으로 집행되는 것으로 정부가 노력하지 않아도 집행률이 올라간다. 실제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운용 현황을 보면 실업급여 2828억원 중 2692억원이 쓰여 집행률 95.2%를 기록했다. 반면 고용창출지원사업은 30.7%(1132억원 중 347억원 집행), 고령자고용촉진지원은 52.4%(1037억9000만원 중 543억6000만원 집행)을 기록하는 등 정부가 의지를 갖지 않으면 집행률이 떨어졌다. 작년 고용보험기금 총 집행률은 89%(2조2290억원 중 1조9835억원 집행)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취업자 증가수가 반토막나면서 청년 고용률이 계속 떨어지고, 15~64세 고용률이 아직 64%대에 머물고 있는 등 고용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수는 33만8000명으로 지난해 3월(64만90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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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이 실업급여쪽에 집중돼 있고, 고용창출쪽 성과가 부족하다"며 "기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세밀한 방안이 필요하고, 정부에서 고용창출 사업 실효성을 높이기위해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유경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기업들이 고용보험기금을 그냥 내는 세금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한다"며 "기금을 통해 직업훈련을 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제도를 활성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각종 고용창출 사업 절차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역고용촉진 지원과 중소기업능력개발 지원 등 외부 위탁 사업이 많아 공고와 응모, 심사까지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금 집행 절차를 짤때는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을예상하지만, 사업자 선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다 보면 집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며 "2분기 부터는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