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틀 후인 지난 15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관련 취재를 위해 연락한 A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대뜸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공기업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그는 “총선에서 패한 여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며 “정치인들끼리 자리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인즉슨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국책연구원장의 3년 임기가 이달 전후로 끝나는데, 공석이 생기면 총선에서 패한 여당 인사들의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란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정보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7개의 기관장 자리가 비었다. 올 상반기 안으로 임기가 끝나는 기관과 국책연구원까지 고려하면 빈 자리는 30개로 늘어난다.
선거가 끝난 뒤 낙하산을 타고 공공기관으로 가는 정치인은 늘 있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리면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등이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공기업 기관장이 됐다. 이번에도 선거에 져서 갈 곳 없는 정치권 인사 중 일부는 이런 관행을 따를 것은 명약관화한 수순이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있고 일을 잘한다면 관피아(관료+마피아)든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든 상관 없다.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면 된다. 현실은 어떨까. 기재부 자료를 보면 2014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D·E급을 받은 28곳 기관장 가운데 17명이 정치권과 관료 출신이었다.
공공기관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적지 않다. 자신들에겐 평생 직장인 곳을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를 위한 창구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평가 방향을 ‘총체적 혁신’으로 잡았다.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키워 국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대국민 서비스도 향상해야 한다는 게 혁신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정피아의 미래를 위한 정거장이 돼서는 안 된다. “여당이 진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정치인 스스로 낙하산 줄을 끊어야 한다”는 A공기업 관계자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