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노동계, 투정과 투쟁은 다르다

[광화문]노동계, 투정과 투쟁은 다르다

강기택 경제부장
2016.07.26 06:07

제조업은 한국 GDP의 28.5%(최근 5년 연평균)를 차지한다. 제조업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지만 제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은 정부가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획재정부가 꺼리던 추경을 편성하면서 ‘조선업 살리기’로 방향을 잡은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거제, 울산, 군산 등의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에 1조원, KDB산업은행에 4000억원을 현금출자해 조선업 등에 투입할 실탄을 마련하고 중소 조선소엔 관용선, 군함 등 선박 61척을 정부가 직접 발주키로 했다.

그런데 혈세가 들어가는 이 정책의 수혜자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수은을 거덜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성동조선해양은 노조원 350명이 금속노조가 주도한 조선업 구조조정 반대 파업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수은이 대주주인 이 회사는 7년간 자율협약 상태고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이 돈을 대고 삼성중공업이 영업·구매·생산 등을 돕는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회사란 얘기다.

세 번째 공적자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노조가 파업을 결의해놓은 상태다. 노조는 경영부실을 초래한 건 낙하산 인사와 채권단, 일부 경영진이며 노동자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호황일 때 받은 고임금, 혹은 부실을 숨기고 받은 성과급 등은 역시 경영진 등의 몫일 뿐 노조나 그 조합원의 것이 아니었던 걸 가져간 게 된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 회사 역시 수은, 산은 등이 돈줄을 끊는 순간 문을 닫아야 한다. 채권단이 지원하면서 내건 전제조건은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동결, 쟁의활동 금지’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년 연속 파업을 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인상에다 우수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등을 요구 중이다.

국책은행이 부도를 막아준 성동, 대우와는 다르지만 이 회사 역시 국책은행 등의 RG가 없으면 수주가 불가능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단 뜻이다. 회사는 2년째 영업손실을 냈고 수천 명의 동료가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는데 노조는 임금을 더 달라고 하고 해외연수까지 보내달라며 일손을 놓은 것이다.

추경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쓴 정책 중 하나가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인하다. 그에 따른 1차 수혜대상은 국내 점유율 1위 현대차 주주와 노조원 등이다.

이런 현대차 노조도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파업을 벌였다. 임금인상과 더불어 ‘승진거부권’이란 비상식적인 내용까지 협상안에 넣었다. 과장이 되면 노조원 자격도 잃고, 연봉제가 적용되며, 정년도 보장이 안 되니 ‘만년 대리’로 남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엔 노조의 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해외판매가 줄었지만 내수판매로 이를 만회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연말까지 개소세를 낮췄다가 이를 연장한 정부의 정책 덕분이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취한 조치고 그 결과로 얻은 것일 뿐 노조가 잘해서 된 게 아니란 의미다.

정치인과 검사의 부패에 관한 추문이 이어지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노조도 자기 이익에 집착하는 건지 모른다.

그렇지만 투정과 투쟁은 다른 것이고 지금 소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이라 여기는 것의 명분에 공감하거나 지지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가 편 정책의 혜택이 조직화된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돌아가고 그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밥벌이는 보호는커녕 오히려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많든 적든 정책의 수혜를 입었다면 그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그게 때론 납세자들이고 때론 소비자들인 ‘국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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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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