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만으로 일자리 최소 7만개… 머뭇거릴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만으로 일자리 최소 7만개… 머뭇거릴 이유 없다"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김민우 기자, 사진=김창현
2017.01.09 06:01

[머투초대석]이기권 고용부 장관 "노동개혁 '6부 능선' 넘었다… 마지막까지 전력투구"

/사진=김창현 기자
/사진=김창현 기자

“취임해서 지금까지 ‘노동개혁’에 올인했다. 이제 ‘6부 능선’에 와 있다. 고비를 넘겨 마무리 하느냐, 못하느냐의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마지막까지 주어진 책무를 다하겠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올해 1분기 최악의 고용절벽이 예고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 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일자리 장관’의 책임감이 그대로 와 닿았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여전히 미약한 상황에서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신규 일자리 축소,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서비스업 위축 등 악재가 겹쳐 일자리 여건은 악화일로다.

이 장관은 이런 시점에서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가장 시급한 게 노동개혁 입법이라고 역설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 노동개혁 4법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근로기준법 우선 처리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소신을 꺾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 장관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올해 1분기 졸업시즌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7만∼8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므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도이무언 하자성혜(복숭아나무와 배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밑에는 절로 길이 난다)’라는 고사를 들려줬다. 이 장관은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책무를 다해서 우리 아들, 딸들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복숭아나 배나무 역할을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장관을 만나 취임 2년 6개월을 맞는 소회와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전념했다. 청년들의 취업난, 일자리 격차 등 심각한 현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비를 넘겨서 마무리 과정에 가느냐 못 가느냐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절실하면 통하고 마음을 기울여 애를 쓰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는다. 장관직을 언제까지 수행할지 모르지만 떠나는 순간까지 노동개혁이 7부, 8부, 9부 능선까지 쉼 없이 가도록 책임를 다하겠다.

-20대 국회에서도 노동개혁 입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올해 고용시장이 많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연초에 성장률 전망을 하면서 2%대로 잡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부정청탁금지법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시행 3~4개월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데 올해 초가 그 시점이다. 최근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노동개혁 입법이 시급하다. 게다가 청년 일자리와 직결되므로 국회에 계속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일하는 사람들 간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다. 우리 노동시장은 10%의 대기업 부문과 90%에 이르는 중소기업 부문 간 임금, 고용안정, 근로조건 등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격차 해소 없이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법을 포함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개혁을 진행해 나가고 동시에 기업들은 상응해서 채용을 늘려야 한다. 두 개의 수레바퀴가 같이 돌아가야 한다. 중소기업 ‘1청년 더 채용하기’ 등 기업들에게 상반기 채용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거기에 맞춰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입법으로 불확실성을 줄여서 일자리 늘릴 수 있으면 그것을 하는 게 부모세대로서의 책무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국정핵심과제는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 것, 가슴 아플 것 같다.

▶목표치에 부합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고용률의 추산 나이는 15~64세다. 우리는 65세부터 74세까지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경제활동 참가비율이 어느 선진국보다 높다. 그래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제 더 많은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고용률 70%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셈이다. 고용률 70% 달성하려면 경제성장 대비 일자리 창출율을 의미하는 고용탄성치가 선진국 수준인 0.7까지 가야 한다. 경제가 1% 성장하면 일자리가 15~16만개 늘어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2012년까지는 고용탄성치가 0.35(약 8만700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2015년에는 0.5까지 올라왔다. 박근혜정부에서 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고용탄성치를 높이는 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내야 할 목표다.

-일자리의 양도 문제지만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지 않을지.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비가 늘고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돼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기업들이 사람을 쓰더라도 하도급업체를 통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고용의 생태계를 선순환구조로 바꿔 주는데 필요한 게 노동개혁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하도급, 비정규직을 쓰는 부분을 해소해 줘야 한다.

-결국 고용시장 문제는 노·사·정이 함께 풀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일자리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실행이다. 우선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들이 기업의 핵심가치에 고용 생태계의 유지와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 내가 직접 고용한 1만명의 생계를 책임지는데 끝나지 않고 1차, 2차, 3차 협력사까지 10만명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고용구조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협력도 필요하다. 민노총의 한 간부가 최근 ‘양대 노총 조합원은 적어도 근로조건이 상위 20%에 해당하니까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서 어려운 분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쓰자’고 제안한 적 있다. 상위 10~20%가 우리 사회를 위해 양보를 하자는 공론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고 17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 현재 고용 난맥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보나

▶앞으로 10년 동안 기존 일자리 절반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총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내놓은 일본 정부의 ‘신일본전략’을 보면 ‘선제적으로 대비해도 일자리가 현재보다 2.2%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독일의 지멘스의 경우 ‘인더스트리 4.0’ 영향으로 채용규모가 8분의 1로 줄었다.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새로 생기는 일자리를 어느 국가가 가져 가느냐 하는 것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계약형태, 일하는 방식, 일하는 장소 등이 다양화되면서 전형적인 고용형태가 사라지게 된다. 고용시장을 다양화해야 새 일자리가 형성될 수 있는 토양을 갖출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도 중요한 화두다. 앞으로 주류 일자리가 전체의 5%로 축소되고 나머지 95%는 다 하위 일자리가 된다. 현재의 격차를 빨리 줄이고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더 줄여야 한다. 노사정이 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노동개혁은 지금 해야 한다. 부모세대가 자식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연기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협의를 해서 결론을 내 줘야 한다. 노동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각 주체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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