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또 다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실상 건너뛰고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손실보상제 입법화 등 재정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다.
그동안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범위 확대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당국과 이견을 보이는 국면에서 '곳간지기 패싱'을 반복해왔다.
올 4월1일이면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의 재임기록 842일을 넘어 최장수 곳간지기가 되는 홍 부총리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2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손실보상제 입법화를 위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소득파악 체계 마련 등을 연구·검토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여당이 정부 방역 행정명령에 따른 손실보상 제도화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코로나19(COVID-19) 손실보장 제도화에 대해 "3월 중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도록 독려했고 이르면 4월 중 정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도 소상공인 소득파악을 위한 연구용역과 내부 시스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TF 차원의 정부 초안 마련까진 시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당은 TF의 논의와 별개로 손실보상제도화를 골자로 한 소상공인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든 초안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형태다. 4월 정부안 제출 계획을 밝힌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가 패싱당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손실보상법 제도화 진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로선 손실파악 시스템 구축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장수 한 달 남은 홍남기에 이낙연 "나쁜 사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여당의 재정확대 요구 등에 대립각을 세웠다. 전국민에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엔 소득하위 70% 지원을 전제로 추경안을 내기도 했고, 2·3차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에 대해서도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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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홍 부총리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전후 대주주 양도세 과세범위 확대를 두고서다. 2018년 합의에 따라 대주주 양도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홍 부총리에 맞서 여당은 상위법 입법권을 앞세워 패싱으로 일관했다.
청와대가 여당의 손을 들어주며 현행 유지로 결론나자 홍남기 부총리는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하고, 여당도 갈등 표출을 자제하며 여당과 재정당국 간 아슬한 동행이 이어졌다.
다시 시작한 여당의 홍 부총리 패싱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 최근 당 지도부와 홍 부총리 간 갈등 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재정확대를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장수 장관을 한달여 앞둔 홍 부총리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과속 입법으로 인한 행정부의 집행 부담과 사기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입법작업 만이라면 국회가 강행할 수 있지만 제도 세부사항을 만들어 운용하는 것은 결국 부처의 몫"이라며 "손실보상 제도화 입법이 되더라도 실행에는 상당한 업무부담이나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