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썰록]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개각이 이르면 이번주 단행될 전망이다. 지난 4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지명한 박준영 전 해수부 차관이 낙마하면서 미완성된 개각을 마무리짓는 성격이다. 해수부 장관 후보로는 당초 경제부총리로 유력시됐던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구 실장이 해수부 장관 후보로 지명될 경우 국무조정실장 후임으로는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이 경우 꼬여버린 개각의 뒷처리를 기재부 출신들이 모조리 책임지는 셈이다.
○…홍남기·유은혜 부총리, 어쩌다 '순장조'까지 = 김부겸 국무총리 취임 이후 교체가 유력했던 홍 부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결국 정권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이른바 '순장조'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청와대가 인사청문회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끼면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정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데, 또 굳이 부총리급의 인사청문회 국면과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개각 규모는 소폭으로 가닥이 잡혔고 홍 부총리와 유 부총리 모두 유임이 유력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홍남기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도약에 매진해달라"고 말하며 유임설에 힘을 실었다.
강원 춘천 출신인 홍남기 부총리는 내년 6월 예정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까지는 공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점이다. 홍 부총리가 강원도지사에 도전하려면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3월엔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홍 부총리 입장에선 유임과 함께 출마가 어려워진 셈이다. 여권의 경기도지사 후보군인 유은혜 부총리도 같은 처지다.

○…부총리 유력했던 구윤철, 의전서열 32위 해수부 장관직 받을까 = 구윤철 실장은 그동안 홍남기 부총리의 후임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홍남기 부총리 유임 쪽으로 선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권 일각에서 구윤철 실장의 해수부 장관 후보 지명설이 흘러나온 건 그 즈음이다.
정치적 검증을 받아온 구 실장이 해수부 장관직을 수락할 경우 개각은 사실상 완성될 공산이 크다. 해수부 내부에서도 예산통의 '실세 장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 실장 개인으로선 아쉬울 수 있다. 경제부총리의 국가 의전서열은 11위. 여야 원내대표와 대통령 비서실장에도 앞선다. 반면 해수부 장관은 32위에 해당한다.

○…정권말 인력난이 부른 기재부 전성시대 = 올해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선 유독 기재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 출신인 노형욱 장관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았고 이호승 정책실장·안일환 경제수석·이형일 경제정책비서관 등 청와대에서도 기재부 현직의 발탁이 잇따랐다. 구윤철 실장의 후임 후보군에도 김용범 전 차관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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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후반기 인력난 속에 기재부 출신들이 중용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책조정과 예산 편성 등 업무 특성상 타부처 업무에 상대적으로 익숙한데다 능력도 검증됐다는 게 기재부 출신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해당 부처 입장에서도 예산 확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관련 분야의 이해관계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기재부 출신의 강점으로 꼽힌다.
학자 대신 관료와 정치인으로 채워지는 것도 정권 말기 내각의 특징이다. 이미 검증을 거친 정치인이 인사청문회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공직에 오래 몸 담은 관료들이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장관 후보자 지명시 이를 받아들일 공산이 커서다. 한 관료는 "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면 섣불리 장관을 하겠다 나서기 어렵다"며 "그래도 나라 일에 오래 몸담은 공무원이 청와대의 지명에 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